교통사고로 후유장해 진단을 받으신 분과, 개인적으로 가입한 상해보험으로 후유장해를 청구하신 분이 비슷한 부상임에도 전혀 다른 장해율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분 다 “후유장해 진단서”라는 같은 이름의 서류를 받았는데도 말입니다.
이 차이는 진단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애초에 적용되는 평가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후유장해를 평가하는 두 가지 기준
후유장해를 수치화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맥브라이드 방식: 1930년대 미국의 정형외과 교수가 만든 노동능력상실 평가 기준입니다. 신체 부위별 장해율에 더해, 피해자의 직업까지 고려해서 280여 종의 직종 계수를 조합합니다. 주로 교통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용됩니다.
- AMA 방식: 미국의사협회가 만든 기준으로, 신체 부위를 13개로 나누어 장해 정도를 평가합니다. 직업이나 개인 사정보다는 신체 기능 자체의 손상 정도에 집중합니다. 주로 개인이 가입하는 상해보험·질병보험 약관에서 사용됩니다.
핵심적인 차이는 이렇습니다. 맥브라이드는 “이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줄었는가”를 보고, AMA는 “이 사람의 신체 기능이 얼마나 손상됐는가”를 봅니다. 같은 부상이라도 이 관점 차이 때문에 수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맥브라이드 방식은 같은 부상이라도 피해자의 직업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이 달라진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손목 관절에 제한이 생겼을 때, 사무직 종사자보다 반복적인 손동작이 필요한 직종 종사자의 노동능력상실률이 더 높게 평가되는 식입니다.
둘 이상의 장해가 있을 경우 장해합산법
여러 부위에 장해가 남았을 때, 두 기준은 합산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맥브라이드 방식은 차감합산법을 씁니다. 첫 번째 장해로 노동능력의 30%를 잃었다면, 두 번째 장해는 남은 70%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AMA 방식은 원칙적으로 단순합산법을 적용합니다. 각 부위의 지급률을 단순히 더해서 최종 지급률을 산출합니다.
AMA 방식에서 합산 지급률이 어떻게 산출되는지가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상해보험 특약 중에는 장해지급률 50% 이상이면 보장되는 소득보상금 담보, 80% 이상이면 보장되는 고도후유장해 담보처럼 특정 지급률을 기준으로 보장 여부 자체가 갈리는 담보들이 있습니다. 합산 방식에 따라 지급률이 이 문턱을 넘느냐 못 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후유장해 평가 결과 하나로 보장받을 수 있는 담보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통합약관 장해분류표의 설명을 보면, 하나의 장해가 관찰 방법에 따라 장해분류표상 2가지 이상의 신체부위에서 장해로 평가되는 경우나, 동일한 신체부위에 2가지 이상의 장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합산하지 않고 그중 높은 지급률 하나만 적용합니다. 다만 각 신체부위별 판정기준에서 별도로 정한 경우이거나 파생장해가 있는 경우에는, 더 높은 지급률을 선택해서 적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 예외 규정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의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단서를 작성할 때 원칙(높은 지급률 하나만 적용)만 따르고, 예외적으로 더 유리한 지급률을 선택할 수 있는지는 검토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방식으로 후유장해를 평가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 결과 환자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보험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청구가 마무리되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사고나 질병으로 심하게 다쳐서 둘 이상의 장해가 남은 경우라면,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기 전에 전문가와 먼저 상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해기간 평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맥브라이드 방식과 AMA 방식은 장해 ‘기간’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맥브라이드 방식은 부상당한 신체부위의 노동력상실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즉 장해기간을 평가해서 그 기간만큼의 일실수익을 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장해를 영구적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 보험회사는 AMA 방식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할 때, 영구장해에 대해서만 지급률 전부를 지급합니다. 한시장해는 그 기간이 5년 이상일 때만 지급률의 20%를 지급하고, 5년 미만의 한시장해에 대해서는 후유장해보험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AMA 방식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지급률 자체보다, 그 장해가 영구장해인지 한시장해인지에 대한 평가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가르는 훨씬 더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이 때문에 의사에게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을 의뢰하기에 앞서, 영구장해 여부를 어떻게 소명할 것인지 전문가의 도움이나 조언을 받아두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후유장해 진단을 앞두고 있다면
- 이 진단이 어느 보험(자동차보험 손해배상인지, 개인 상해보험인지)에 쓰일 것인지 먼저 확인하세요. 용도에 따라 요청해야 할 평가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여러 부위에 장해가 있다면, 어떻게 장해를 평가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의사가 평가해주는 것과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 반드시 장해기간을 확인하세요. 의사가 장해기간을 누락하거나, 또는 장해기간을 야박하게 평가한 경우에는 장해진단서가 쓸모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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