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치료하려고 수술을 받았는데, 의료진의 과실로 감염이 생겨 사망했다면 상해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의료과실은 환자가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니 ‘우연한 사고’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대법원(2010. 8. 19. 선고 2008다78491, 78507 판결)은 그 생각의 절반을 받아들였습니다. 의료과실로 생긴 사고는 ‘우연한 사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 상해보험 약관에 들어 있던 ‘의료처치 면책조항’ 때문입니다.
사건 개요 — 복막암 수술, 의료진 과실로 인한 감염, 그리고 사망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는 병원에 입원해 2006년 3월 27일 후복막 악성신생물(복막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4월 5일 후복막강 종괴를 제거하는 개복수술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로 감염이 생겨 폐렴이 발생했고, 4월 14일 사망했습니다.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고, 보험계약자는 반소로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창원지방법원 2008. 9. 26. 선고 2008나7271, 7288 판결)은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은 보험계약자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 수술 중 의료과실로 생긴 사고가 상해보험의 ‘우연한 사고’인가
- 약관의 의료처치 면책조항이 이 사고에도 적용되는가
수술에 동의했다면 의료과실 사고도 ‘예견한 사고’인가요?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봤습니다. 상해보험의 ‘우연한 사고’는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으로 생긴 사고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해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말합니다(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55499, 55505 판결 등).
원심은 질병 치료를 위한 수술 중 의사의 과실이 끼어들어 상해가 생겼더라도, 피보험자의 예견과 동의 아래 이루어진 의료행위로 인한 사고이므로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보험자가 수술에 동의했다고 해서 의료과실로 상해를 입는 결과에까지 동의하고 예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 사고는 오히려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측할 수 없는 원인으로 생긴 것으로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보험금은 받지 못했나요?
약관의 의료처치 면책조항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상해보험 약관에는 다음과 같은 취지의 면책조항이 있었습니다.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처치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회사가 부담하는 상해로 인한 경우에는 보상한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보험회사가 보상하지 않는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해 외과적 수술이나 의료처치를 받는 경우, 피보험자는 일상생활에서보다 상해 위험이 현저히 커집니다. 그래서 그 위험은 처음부터 보험보호 대상에서 빼고, 보험회사가 보상하는 상해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 등의 위험에 대해서만 보험보호를 주려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즉 상해보험은 일상생활 중에 생기는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를 보장하는 상품이고, 보험회사가 보상하지 않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의료처치에 따르는 위험은 처음부터 보장 범위에 넣지 않도록 약관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면책조항이 있는 약관에서는 질병 치료 과정에서 생긴 의료사고가 상해보험이 보장하는 상해의 범주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2016다258063 판결도 이런 사고를 “면책조항에 의하여 보험보호의 대상에서 배제된 상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취지에 따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 등으로 증가된 위험이 현실화되어 상해가 생기면 면책조항 본문이 적용되어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다.
- 수술 과정에서 의료과실로 상해가 생겼는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책조항 적용 여부를 정하는 데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
이 사건 사고는 보험회사가 보상하지 않는 질병인 암을 치료하기 위한 개복수술로 증가된 감염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므로, 의료진의 과실이 기여했는지와 관계없이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 쟁점 | 원심 | 대법원 |
|---|---|---|
| 의료과실 사고가 ‘우연한 사고’인가 | 아니다(동의한 의료행위로 인한 사고) | 해당한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 의료처치 면책조항이 적용되는가 | 적용된다 | 적용된다(의료과실 여부와 무관) |
| 결론 | 보험금 지급의무 없음 | 상고기각(보험금 지급의무 없음) |
면책조항을 설명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이 사건에서 보험계약자는 보험회사가 의료과실 사고에도 면책조항이 적용된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면책조항이 계약 내용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상고심에서 처음 나온 것이어서, 대법원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며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 쟁점은 3년 뒤 다른 사건에서 정면으로 다뤄졌습니다. 대법원 2013. 6. 28. 선고 2012다107051 판결은 같은 면책조항의 취지를 2008다78491 판결과 같은 내용으로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개입되어 생긴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이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 그 조항이 금융감독원이 정한 표준약관에 포함되어 있었다거나, 국내 보험회사들이 표준약관을 인용한 약관으로 널리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 따라서 이 면책조항에 대한 보험회사의 명시·설명의무는 면제되지 않는다.
같은 판결은 상해보험과 생명보험의 보장 범위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그 차이는 이 면책조항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기는 것이지, 생명보험의 ‘재해’와 상해보험의 ‘상해’를 다르게 해석한 결과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수술이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다258063 판결은 피보험자가 피부과의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여받은 뒤 미용 목적의 종아리근육 퇴축술을 받다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사망한 사안에서, 이 사고가 면책조항에 따라 보험보호 대상에서 배제된 상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실무자의 시각에서 — ‘상해인가’와 ‘보상하는가’는 다른 질문이다
필자가 이 판결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두 질문을 나눠서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이 사고가 상해인가”, 다른 하나는 “상해라도 약관이 보상하는가”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첫 번째 질문에는 피보험자 쪽에 유리한 판단을 했지만, 두 번째 질문에서 결론이 갈렸습니다.
그렇다고 수술 중 의료사고가 언제나 보상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면책조항에는 “회사가 부담하는 상해로 인한 경우에는 보상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대법원도 면책 대상을 보험회사가 보상하지 않는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로 설명했습니다. 상해를 치료하던 중의 의료처치로 생긴 사고라면 사정이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설명의무 쟁점도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2다107051 판결에 따르면 이 면책조항은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는 조항입니다. 다만 이 사건처럼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상고심에서 처음 하면 판단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주장은 1심과 2심 단계에서 미리 해 두어야 합니다.
이 판결의 결론은 상해보험의 구조에서 나온 것입니다. 상해보험이 담보하는 위험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사고의 위험이고, 질병 치료를 위한 수술은 그보다 위험이 현저히 큰 별개의 영역입니다. 약관은 이 영역을 처음부터 보장 범위 밖에 두었고, 그래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는지와 관계없이 면책조항이 적용됐습니다.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은 상해보험금이 아니라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등 별도의 경로에서 다뤄지는 문제입니다.
다만 가입자 입장에서는 이런 약관 구조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법원 스스로 이 조항의 내용을 “일반인이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고 본 만큼(2012다107051), 가입 단계에서 이 조항이 제대로 설명되었는지가 실제 분쟁에서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수술에 동의했으면 의료과실로 다쳐도 상해가 아닌가요?
대법원은 수술에 동의했다고 해서 의료과실로 상해를 입는 결과까지 동의하고 예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과실로 생긴 사고는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2008다78491).
Q. 질병 수술 중 의료사고로 사망하면 상해보험금이 나오나요?
약관에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처치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면책조항이 있다면, 대법원은 보험회사가 보상하지 않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로 증가된 위험이 현실화된 사고에는 의료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 조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면책조항의 단서와 설명의무 이행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의료처치 면책조항을 설명받지 못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나요?
대법원 2012다107051 판결은 이 면책조항이 일반인이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이어서 보험회사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회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 약관 내용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미용 시술 중 사고에도 이 면책조항이 적용되나요?
대법원 2016다258063 판결은 프로포폴 투여 후 미용 목적의 종아리근육 퇴축술을 받다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면책조항에 따라 보험보호 대상에서 배제된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확인/체크리스트 (실용적 행동 지침)
- 가입한 상해보험 약관에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처치’ 면책조항이 있는지, 단서 문구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사고가 난 수술이나 처치가 보험회사가 보상하는 상해를 치료하던 중이었는지, 보상하지 않는 질병을 치료하던 중이었는지 진료기록으로 확인합니다.
- 가입 당시 이 면책조항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지, 설명 확인서나 녹취 등 자료가 남아 있는지 확인합니다.
- 설명의무 위반을 다툴 생각이라면 1심과 2심에서 미리 주장합니다. 상고심에서 처음 하는 주장은 판단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 같은 사고라도 생명보험의 재해사망 보장 등 다른 계약은 약관 구조가 다를 수 있으므로, 가입한 계약별로 면책조항을 따로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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