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증 감액하니 95%가 68%로 — 고도후유장해 80% 요건은 어떻게 판단할까

사고 전부터 눈이나 척추에 질환이 있던 사람이 사고로 큰 후유장해를 입었다면, 보험회사는 기왕증을 이유로 보험금을 줄일 수 있을까요. 약관에 기왕증 감액 조항이 있다면 줄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줄이느냐입니다.

이번에 살펴볼 판결(대법원 2005. 10. 27. 선고 2004다52033)에서 원심은 각 장해의 지급률에서 기왕증 기여분을 먼저 빼고, 그렇게 줄어든 합계 68%가 80%에 미달한다며 보험금 청구를 배척했습니다. 대법원은 같은 사실관계에서 지급률 합계를 95%로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감액을 어느 단계에서 하느냐에 따라 ‘보험금 전부 부지급’과 ‘지급의무 발생’으로 결론이 갈린 사건입니다.

사건 개요 — 2m 아래로 떨어진 화물차 운전자

피보험자는 2001년 1월 보험가입금액 1억 원의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약관에는 다음 두 조항이 있었습니다.

  • 제17조(후유장해보험금): 사고로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 사고일부터 180일 안에 약관 별표(후유장해지급률표)상 80% 이상의 후유장해가 남으면 지급률을 가입금액에 곱해 지급한다. 같은 사고로 2가지 이상의 후유장해가 생기면 그 합계가 80% 이상일 때 지급한다.
  • 제19조(다른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나 질병의 영향으로 사고로 인한 상해가 중하게 된 경우,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한다.

2001년 3월, 피보험자는 지하 주차타워에 화물차를 세우고 짐칸 천막을 점검하던 중 주차브레이크가 풀려 차가 앞으로 움직이자 적재함을 붙잡았다가 놓치면서 약 2m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시신경손상, 두개골골절, 제2·3경추체 압박골절 등을 입었고, 다음과 같은 후유장해가 남았습니다.

후유장해 약관 별표 항목 지급률
좌안 시력 상실 한 눈이 멀었을 때 60%
기억력 감퇴·인지기능저하(지능지수 69) 정신·신경계통 기능에 경도~중등도 장해 25%
척추의 경도 기형 또는 운동장해 등뼈에 경도의 기형이나 운동장해를 남긴 때 10%
합계 95%

피보험자에게는 사고 전 기왕력이 있었습니다. 1996년 양안 노인성백내장·고도근시·망막변성으로 백내장 적출술을 받으면서 좌안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했고, 수술 직후 양안 교정시력은 0.2~0.6 사이였습니다. 또 2000년 6월 교통사고로 제6·7경추 추간판탈출증과 횡돌기 골절을 입은 적이 있었습니다.

원심은 지급률을 어떻게 계산했나요?

원심(대전고등법원 2004. 8. 27. 선고 2003나6154)은 각 장해의 지급률에서 기왕증 기여분을 먼저 공제했습니다. 그 결과 합계가 68%로 80%에 못 미친다며 보험회사의 지급의무를 부정했습니다.

후유장해 약관 지급률 원심이 본 기왕증 기여도 원심 산정 지급률
좌안 실명 60% 1/3 (맥브라이드 전신활동능력장애율 8% ÷ 24%) 40%
인지기능저하 25% 없음 25%
척추 운동장해 10% 70% (이전 교통사고) 3%
합계 95% 68%

좌안 부분의 계산 방식이 특징적입니다. 원심은 맥브라이드 방식으로 좌안 실명의 전신활동능력장애율을 24%로 보고, 사고 전 좌안에 이미 8%의 장애율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 비율(8/24 = 1/3)을 약관 지급률 60%에 그대로 적용해 40%로 낮춘 것입니다.

기왕증 감액은 지급요건 판단 전에 하나요, 후에 하나요?

대법원은 지급요건을 먼저 판단하고, 기왕증 감액은 그 뒤 보험금액을 산정할 때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약관은 제17조에서 지급의무의 발생 요건(지급률 합계 80% 이상)을 정하고, 제19조에서 따로 보험금액 산정 시 감액 요건과 방법을 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결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1. 원칙: 상해보험은 사고 외에 질병이나 기왕증이 함께 원인이 된 경우에도, 사고로 인한 상해와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약정한 대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생긴다.
  2. 예외: 약관에 기왕증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때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으면, 보험금액을 산정할 때 그 조항에 따라 감액할 수 있다.
  3. 이 사건의 적용: 사고와 상해·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별표에 따른 지급률 합계는 95%(60% + 25% + 10%)다. 80%를 넘으므로 지급의무는 발생했다. 기왕증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부분이 있다면 금액을 산정할 때 그 기여분을 감액하면 된다.

원심처럼 감액한 뒤의 지급률로 80% 요건을 따지는 것은 지급의무 발생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약관 해석을 그르친 것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기왕증이 있기만 하면 감액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감액하려면 기왕의 신체장해나 질병의 영향으로 사고로 인한 상해가 중하게 된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왕증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이 ‘이 사고로 인한 상해를 중하게 했다’는 점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사건에 대입하면, 좌안에 망막변성이 있었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감액할 수 없습니다. 그 기왕증이 이 사고로 인한 상해를 중하게 해서 시신경 손상과 좌안 실명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방식, 즉 이 점을 심리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의 범위를 산정할 때 쓰는 장해평가 방식으로 사고 전후의 전신활동능력장애율을 비교하고, 사고 전 장애율에 해당하는 비율을 무조건 기왕증 기여도로 보아 공제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감액 요건에 관한 약관 해석을 그르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손해배상의 장해평가 방식을 보험금 산정에 그대로 써도 되나요?

이 판결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맥브라이드 방식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할 때 쓰이는 평가 방식입니다. 보험금은 약관이 정한 별표 지급률과 약관의 감액 조항에 따라 산정됩니다. 두 체계는 평가 목적과 기준이 다릅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맥브라이드 장애율의 비율(1/3)을 약관 지급률(60%)에 곱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처럼 손해배상의 장해평가 방식을 채택해 사고 전 장애율 비율만큼을 무조건 기왕증 기여도로 본 조치를 약관 해석의 잘못으로 판단했습니다.

필자는 별도 칼럼(기왕증 관여도 산정, 객관적 기준이 있을까)에서 이 사건을 다루며, 기왕증을 반영하더라도 외부 평가 방식이 아니라 그 약관의 지급률표가 이미 갖고 있는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대법원도 원심이 손해배상식 평가 방식을 끌어온 점을 잘못으로 보았지만, 환송 후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다시 계산할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장해분류표에서는 무엇이 달라졌나요?

2018년 4월 이후 장해분류표에는 기왕증을 공제하는 조항이 추가되었습니다. 척추(등뼈) 장해판정기준에 “퇴행성 기왕증 병변과 사고가 그 증상을 악화시킨 부분만큼, 즉 이 사고와의 관여도를 산정하여 평가한다”는 규정이 들어간 것입니다. 2018년 4월 이전 장해분류표에는 이런 공제 조항이 없습니다.

구분 2018년 4월 이전 장해분류표 2018년 4월 이후 장해분류표
기왕증 공제 조항 장해분류표에 없음 척추 장해판정기준에 관여도 산정 조항 추가
기왕증 감액의 근거 보통약관 등 일반 약관의 감액 조항 장해분류표의 척추 관여도 조항(일반 약관의 감액 조항도 함께 확인)
장해진단서 필수 기재사항 사고와의 인과관계 및 사고의 관여도 사고와의 인과관계 및 사고의 관여도

따라서 2018년 4월 이전 약관이 적용되는 계약이라면, 장해분류표가 아니라 일반 약관에 기왕증 감액 조항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이 사건의 제19조처럼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나 질병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경우”를 정한 조항이 그것입니다. 이 판결은 상해와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약정한 대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생기고, 기왕증 감액은 약관에 그런 내용의 조항이 있는 경우에 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감액 조항이 있다면 그 조항이 정한 요건, 즉 기왕증이 이번 사고의 상해를 중하게 했는지가 감액의 출발점이 됩니다.

2018년 4월 이후 장해분류표의 척추 관여도 조항은 척추 장해를 ‘평가하는 기준’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 사건 약관 제19조가 ‘보험금액을 결정하는 단계’의 조항이었던 것과는 위치가 다릅니다. 그러므로 최근 계약에서 기왕증 감액이 문제 된다면, 보험회사가 드는 근거가 장해분류표의 평가 기준인지 일반 약관의 감액 조항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기왕증을 이유로 고도후유장해보험금이 거절되거나 줄어든 사건을 검토할 때 필자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감액을 지급요건 판단 전에 했는지 후에 했는지, 그리고 기왕증이 이번 사고의 상해를 중하게 했다는 근거가 실제로 제시되었는지입니다. 이 판결은 두 지점 모두에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기왕증이 있으면 상해보험 후유장해보험금을 받을 수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질병이나 기왕증이 함께 원인이 된 경우에도 사고와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약정한 대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약관에 감액 조항이 있으면 보험금액을 산정할 때 기왕증 기여분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Q. 80% 이상 고도후유장해 요건은 기왕증 감액 전 지급률로 판단하나요?
이 판결의 약관 구조에서는 그렇습니다. 지급요건 조항과 감액 조항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대법원은 별표에 따른 지급률 합계(95%)로 80% 요건을 판단하고 기왕증 기여분은 보험금액을 산정할 때 감액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Q. 사고 전에 그 부위에 질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감액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기왕의 신체장해나 질병의 영향으로 사고로 인한 상해가 중하게 된 점이 인정되어야 감액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왕증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상해를 중하게 했다는 사실은 별개로 심리되어야 합니다.

Q. 보험회사가 맥브라이드 장해율로 기왕증 기여도를 계산했다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요?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손해배상의 범위를 산정할 때 쓰는 장해평가 방식으로 사고 전후 장애율을 비교해 그 비율만큼 무조건 공제한 원심의 조치를 약관 해석의 잘못으로 보았습니다. 보험금은 약관이 정한 지급률과 감액 조항에 따라 산정되므로, 계산 근거가 약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체크리스트 (실용적 행동 지침)

  1. 내 약관에서 후유장해보험금의 지급요건 조항과 기왕증 감액 조항이 각각 어디에 있는지 확인합니다.
  2. 80% 이상 고도후유장해처럼 기준선이 있는 담보라면, 감액 전 지급률 합계로 기준을 충족하는지 먼저 계산합니다.
  3. 보험회사가 기왕증 감액을 주장하면, 기왕증이 이번 사고로 인한 상해를 중하게 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4. 감액 비율이 맥브라이드 등 손해배상용 장해평가 방식으로 계산되었는지, 약관의 지급률표에 근거한 것인지 확인합니다.
  5. 내 계약에 적용되는 장해분류표가 2018년 4월 이전 것인지 이후 것인지 확인합니다. 2018년 4월 이전 약관이라면 일반 약관에 기왕증 감액 조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2018년 4월 이후 약관이라면 척추 장해의 관여도 조항이 적용되는지도 확인합니다.
  6. 장해진단서에 ‘사고와의 인과관계 및 사고의 관여도’가 어떻게 기재되었는지 확인합니다. 2018년 4월 이전과 이후 장해분류표 모두 진단서 필수 기재사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기왕증 · 기왕증기여도 · 고도후유장해 · 장해지급률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칼럼은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이 글을 쓴 사람
강만하
법률사무소 청담 사무국장 · 17년간 교통사고·산재사고 보상, 송무, 보험금 분쟁 해결 업무 담당

보험금 지급거절과 분쟁 사건을 실제 사례와 판례로 해설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청구 현장에서 쌓은 판단 기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