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통증으로 병원에 갔고, 혈액검사에서 심근효소 수치가 올라가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CI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진단서에는 분명히 심근경색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말입니다.
CI(Critical Illness)보험은 ‘중대한 질병’을 보장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중대한’이라는 세 글자입니다. 질병분류코드만으로 보장 여부를 정하는 진단비 특약과 달리, 이 사건 CI보험은 약관 별표에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의 요건을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진단명이 같아도 그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 구조입니다.
이번에 살펴볼 사건은 이 ‘중대한’의 의미를 두고 1심, 항소심, 대법원까지 다툰 사건입니다. 대법원(2007. 1. 25. 선고 2006다65606)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했고, 항소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9. 1. 선고 2005나15382)이 확정되었습니다.
사건 개요 — 받은 보험금 1,515만 원, 받지 못한 보험금 4,195만 원
가입자는 2002년 10월 CI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주요 보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보장 | 지급 사유 | 금액 |
|---|---|---|
| CI보험금 | 책임개시일(계약일부터 90일이 지난 다음 날) 이후 최초로 ‘중대한 질병’으로 진단확정되거나 ‘중대한 수술’을 받은 때 | 약 4,195만 원(가입 후 보험료 인하분만큼 증액) |
| 특정질병입원급여금 | 암 또는 4대 성인병 치료 목적으로 4일 이상 계속 입원한 때 | 3일 초과 1일당 10만 원 |
| 장기간병자금 | 같은 질병으로 31일 이상 계속 입원한 때 | 입원일수에 따라 가입금액의 10~50% |
2004년 4월 5일 가슴 통증이 생겼고, 같은 날 두 병원을 거쳤습니다. 이후 협심증으로 여러 차례 입원했습니다. 보험회사는 특정질병입원급여금과 장기간병자금 1,515만 1,000원은 지급했지만,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CI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검사 결과는 어땠나요?
항소심이 인정한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점 | 심전도 | 혈액검사(심근효소) | 그 밖의 검사 | 진단 |
|---|---|---|---|---|
| 흉통 약 2시간 후, 첫 번째 병원 | ST분절 상승, Q파 소견 없음 | CK-MB 5.76ng/ml(정상 0~5), 트로포닌-I 1.68ng/ml(정상 0~1.5), 트로포닌-T 음성, CK 정상 범위 | — | 협심증 |
| 같은 날 입원한 두 번째 병원 | ST분절 상승, T파·Q파 소견 없음, 그 밖의 이상 소견 없음 | CK-MB 14.05ng/ml, 트로포닌-I 3.13ng/ml로 상승 | 심초음파 이상 없음, 관상동맥조영술상 현저한 협착이나 경련 없음 | 미세 심근경색 |
| 이후 | — | — | 2004년 4~5월, 2005년 1~3월 협심증 등으로 입원 | 협심증 |
‘미세 심근경색’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있는 병명은 아닙니다. 항소심은 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를 바탕으로, 급성심근경색증에 해당하지만 그 크기가 미세하다는 의미로 쓰인 병명이라고 보았습니다. 두 번째 병원은 입원 다음 날 외래로 경과를 보기로 하고 퇴원 처리했습니다.
CI보험의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은 무엇이 다른가요?
이 사건 약관 별표는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을 관상동맥이 막혀 심근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급격히 줄고, 전형적인 흉통과 함께 심근조직의 비가역적 괴사를 가져오는 질병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발병 당시 다음 두 가지 특징을 모두 보여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 전형적인 급성심근경색 심전도 변화(ST분절, T파, Q파)가 새롭게 출현
- CK-MB를 포함한 심근효소가 발병 당시 새롭게 상승(단, 트로포닌은 제외)
또 안정협심증, 불안정협심증, 이형협심증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협심증은 보장에서 제외한다고 정했습니다.
이 기준을 위 검사 결과에 대어 보면, 심근효소는 올랐지만 심전도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약관은 트로포닌을 판단 기준에서 제외하고 있었습니다. 1심은 이런 사정 등을 들어 진단명이 급성심근경색이 아니라 협심증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지금 판매되는 CI보험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의 정의는 가입 시기와 상품에 따라 다릅니다. 이 사건 약관을 10여 년 전 판매된 CI종신보험 약관, 2026년 4월 기준 CI보험 약관과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이 사건 약관(2002년 가입) | 10여 년 전 판매된 CI종신보험 | 2026년 4월 기준 CI보험 |
|---|---|---|---|
| 심전도 | ST분절·T파·Q파 변화가 새롭게 출현 | 같음 | 같음 |
| 혈액검사 | CK-MB를 포함한 심근효소가 새롭게 상승(트로포닌 제외) | 심근손상 특이적 생물학적 표지자(CK-MB, 트로포닌 등)가 급성심근경색을 나타내는 변화 | CK-MB를 포함한 심근효소가 발병 당시 새롭게 상승 |
| 두 요건의 관계 | 모두 충족 | 모두 충족 | 모두 충족 |
| 보장 제외 | 모든 종류의 협심증 | 모든 종류의 협심증, 심근염, 스트레스성 심근증 | 모든 종류의 협심증, 심근효소만 또는 심전도만으로 내린 진단, 심초음파·핵의학검사·MRI·PET 등을 기초로 내린 진단, 심근의 미세경색이나 작은 손상 |
세 약관 모두 심전도 변화와 혈액검사 이상을 ‘모두’ 요구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트로포닌은 이 사건 약관에서는 명시적으로 제외되었지만, 10여 년 전 CI종신보험 약관에서는 심근손상 표지자의 예로 CK-MB와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2026년 4월 기준 약관은 ‘CK-MB를 포함한 심근효소’라고만 적고 트로포닌을 따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보장 제외 항목입니다. 2026년 4월 기준 약관은 혈액 중 심근효소만으로 급성심근경색증 진단을 내린 경우와 ‘심근의 미세경색이나 작은 손상(Myocardial Microinfarction or Minimal Myocardial Damage)’을 보장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합니다. 이 사건처럼 심전도 이상 없이 심근효소 상승만으로 ‘미세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경우는, 이 약관에서는 문언상 보장 제외 대상에 해당합니다.
같은 약관은 ‘급성심근경색증’과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의 차이도 따로 설명합니다. 급성심근경색증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표를 근거로 보장하지만,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은 그 분류표를 쓰지 않고 약관에 정한 특징과 진단방법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보험설계사가 이 기준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가입자는 설계사가 “암,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말기신부전증이 발병하면 모두 보장된다”고만 했을 뿐 약관의 판단기준을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그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쟁점에서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갈렸습니다.
| 구분 |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7. 1. 선고 2005가단31062) |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9. 1. 선고 2005나15382) |
|---|---|---|
| 설계사의 설명 |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어머니의 예를 들어 설명 | 같은 사실 인정 |
| 설명의무 위반 | 인정하지 않음 — 전문용어를 쓰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부족 | 인정 — 판단기준의 기본 내용조차 설명하지 않음 |
항소심은 “가슴에 통증이 있고 심전도검사와 혈액검사 양쪽 모두에서 이상이 있어야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에 해당한다”는 정도로 판단기준의 기본 내용은 설명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전문 의학용어까지 쓸 필요는 없지만, 설계사가 “관상동맥이 막혀 10분 안에 병원에 가지 않으면 치사율이 높은 것이 중대한 심근경색”이라고 설명한 것만으로는 기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험회사는 약관의 판단기준(심전도와 심근효소 요건)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대한 질병’의 설명을 둘러싼 다툼은 이 사건만의 일이 아닙니다. 10여 년 전 판매된 CI종신보험의 약관 안내 자료는 ‘중대한 질병 및 중대한 수술에 대한 부실설명’을 주요 민원 유형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입 후 서류를 확인해 보니 진단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약관이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민원을 제기한 사례입니다.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됐는데 왜 보험금을 받지 못했나요?
약관의 세부 기준만 빠졌을 뿐, ‘중대한’이라는 조건은 그대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항소심은 다음 두 가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 가입 당시 설계사가 건넨 보험제안서에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 설계사도 급성심근경색증 중에서 10분 안에 병원에 가지 않으면 치사율이 높은 정도의 것이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래서 급성심근경색증 진단을 받았다고 곧바로 CI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질병은 그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근거로 든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흉통 약 2시간 후 첫 번째 병원에서는 급성심근경색을 의심할 소견이 없어 협심증으로 진단받았다.
- 두 번째 병원의 진단도 심전도 이상이나 관상동맥의 현저한 협착 없이 심근효소 수치만 올라 ‘미세 심근경색’으로 진단한 것이었고, 다음 날 퇴원했다.
- 이후 입원은 모두 협심증 치료였고, 그 기간에 급성심근경색증이 발병하지는 않았다.
갑상선암 림프절 전이 판례와는 무엇이 달랐나요?
두 사건 모두 보험회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었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 구분 | 이 사건(CI보험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 | 2023다250746(갑상선암 림프절 전이) |
|---|---|---|
| 설명하지 않은 내용 | 약관의 심전도·심근효소 판단기준 |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 |
|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 | 세부 판단기준은 빠짐 | 원발부위 기준 분류조항을 주장할 수 없음 |
| 남은 기준 | 제안서와 설명에 있던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 | 약관 별표상 독립된 암으로 분류되는 C77 |
| 결과 | 보험금 청구 기각 | 일반암 기준 보험금(차액) 지급 대상 |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해당 약관 조항을 주장할 수 없게 되지만, 그 뒤에 무엇이 계약 내용으로 남는지는 사건마다 따로 판단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갑상선암 림프절 전이 판례 글).
대법원은 무엇을 판단했나요?
대법원은 상고이유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같은 법 제5조에 따라 이유를 적지 않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판단 내용은 확정된 항소심 판결에 담겨 있으며, 대법원이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의 의미에 관해 법리를 밝힌 판결은 아닙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CI보험금 거절 사건을 검토할 때 필자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가입한 상품의 약관 별표가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발병 당시 심전도와 심근효소 검사 결과가 실제로 어땠는지, 그리고 가입 당시 받은 제안서와 설명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결론은 이 세 가지 자료에서 갈렸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는데 CI보험금이 거절될 수 있나요?
거절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약관은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을 심전도 변화의 새로운 출현과 CK-MB 등 심근효소의 상승을 모두 갖춘 경우로 정했고, 법원은 심전도 이상 없이 심근효소만 오른 미세 심근경색은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Q. 트로포닌 수치가 올라도 CI보험의 심근효소 요건을 충족하나요?
약관마다 다릅니다. 이 사건 약관은 트로포닌을 명시적으로 제외했지만, 10여 년 전 판매된 CI종신보험 약관은 CK-MB와 함께 트로포닌을 심근손상 표지자의 예로 적었습니다. 내 약관 별표의 문구를 확인해야 하며, 어느 경우든 심전도 변화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요건은 같습니다.
Q. ‘미세 심근경색’ 진단도 CI보험의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으로 보장되나요?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심전도 이상 없이 심근효소만 올라 내려진 미세 심근경색 진단은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2026년 4월 기준 CI보험 약관은 ‘심근의 미세경색이나 작은 손상’을 보장 제외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Q. 설계사가 ‘중대한’ 기준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나요?
이 사건 항소심은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해 약관의 세부 판단기준을 배제했지만, 제안서와 설계사 설명에 ‘중대한’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는 이유로 질병이 ‘중대한’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곧바로 보험금 지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Q. CI보험금이 거절되면 다른 보험금도 받을 수 없나요?
이 사건에서 보험회사는 CI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지만, 같은 입원에 대한 특정질병입원급여금과 장기간병자금 1,515만 1,000원은 지급했습니다. 담보마다 지급 요건이 다르므로 각각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체크리스트 (실용적 행동 지침)
- 가입한 CI보험 약관 별표에서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의 정의와 요건(심전도, 심근효소, 트로포닌 포함·제외 여부)과 보장 제외 항목(미세경색, 심근효소만으로 내린 진단 등)을 확인합니다.
- 발병 당시의 심전도 결과지와 혈액검사 결과지(CK-MB, 트로포닌 수치)를 진단서와 별도로 확보합니다.
- 여러 병원을 거쳤다면 병원별 진단명과 검사 결과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 가입 당시 받은 보험제안서, 상품설명서, 청약서의 설명 확인 서명 여부를 확인합니다.
- CI보험금이 거절되더라도 입원급여금 등 다른 담보는 지급 요건이 다르므로 따로 청구합니다.
이 글은 CI보험 · 급성심근경색증 · 협심증 · 설명의무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칼럼은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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