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에서 돌려받은 항암제 약값, 실손보험금도 받을 수 있을까 — 위험분담제 환급금

고가의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중에는 환자가 약값을 먼저 전액 낸 뒤, 나중에 제약회사로부터 그 일부를 돌려받는 약이 있습니다. ‘위험분담제’가 적용되는 약제입니다. 그렇다면 처음 낸 약값 전체를 기준으로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돌려받은 금액은 빼야 할까요.

이번에 살펴볼 판결(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4다223949)은 제약회사로부터 환급받은 금액은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이 아니므로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위험분담제 환급금과 실손보험의 관계에 관한 대법원 판단입니다.

사건 개요 — 키트루다 약값을 낸 뒤 제약회사에서 일부를 돌려받았다

보험계약자는 2016년 10월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질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으면 국민건강보험 급여 본인부담금의 90%와 비급여의 80%를 보상하는 ‘갱신형 질병입원의료비’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약 약관은 보험금 지급대상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었습니다.

구분 약관 문구 보상 비율
급여 요양급여 또는 의료급여 중 본인부담금(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을 말합니다) 90%
비급여 비급여(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을 말합니다) 80%

피보험자는 대학병원 종양혈액내과에 입원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를 전액본인부담으로 처방받았습니다. 약값을 의료기관에 낸 뒤,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회사로부터 약값의 일부를 환급받았습니다. 이 소송에서는 환급받은 금액에 해당하는 부분이 실손보험 보상 대상인지가 다퉈졌습니다.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2. 8. 선고 2023나29897)은 환급받은 금액이 약관상 본인부담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위험분담제란 무엇인가요?

위험분담제는 신약의 효능·효과나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할 때, 그 불확실성을 제약회사가 일부 분담하는 제도입니다. 대체제가 없는 고가 항암제 등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4년 1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판결이 정리한 환급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위험분담계약: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가 협상 과정에서 제약회사와 위험분담계약을 맺고, 약제 청구금액의 일정 비율 등을 제약회사로부터 돌려받기로 약정할 수 있다.
  • 환급형 위험분담제: 공단이 약제 전체 청구금액 중 일정 비율(환급률)을 환급받는 유형이다. 환자가 낸 본인부담금은 환급률이 반영되지 않은 표시가격 기준이라 실제가격 기준과 차이가 생기고, 공단은 그 차액을 산정해 환자에게 지급한다.
  • 전액본인부담 약제: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경우에는 공단이 제약회사에 환급을 청구하지 않는다. 환자가 직접 제약회사에 환급을 신청해 돌려받는다.

이 사건은 마지막 경우였습니다. 피보험자가 키트루다주를 전액본인부담으로 처방받았기 때문에, 제약회사에 직접 환급을 신청해 약값의 일부를 돌려받았습니다.

제약회사에서 돌려받은 약값도 실손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나요?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제약회사로부터 환급받은 금액은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요양급여비용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약값 전액을 먼저 냈더라도, 그중 환급률에 해당하는 금액은 결국 제약회사가 부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든 근거는 세 가지입니다.

  1. 약관 문언: 약관은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을 보험금 지급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하지 않은 부분은 지급대상이 아니다.
  2. 환급금의 성격: 위험분담제 환급금은 공단과 제약회사가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라 맺은 위험분담계약에서 나온 것으로, 약제비용 중 일부를 제약회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3. 손해보험의 원칙: 이 특약은 입원치료로 지출한 비용, 즉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는 손해보험의 일종이다.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 이득을 주는 결과는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

결론적으로 실손보험금 산정의 기준은 피보험자가 공단이나 제약회사로부터 환급받고 남은, 최종적으로 실제 부담한 비용입니다.

약관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나요?

이 사건에서는 그럴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약관을 객관적으로 해석한 뒤에도 뜻이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각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약관이 한 가지 뜻으로만 해석된다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없습니다.

대법원은 약관 문언, 위험분담제의 취지와 환급금의 성격, 특약의 성질과 손해보험의 원칙을 종합하면, 이 약관조항은 환급받은 금액이 보험금 지급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일의적으로’ 해석된다고 보았습니다.

보험회사가 설명하지 않았어도 되나요?

대법원은 이 내용이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약관 문언에 비추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실제로 부담한 부분만 보상받는다는 점을 별도 설명 없이도 충분히 알 수 있고,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에서 손해를 넘는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내용으로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 판단은 갑상선암 림프절 전이 사건(대법원 2023다250746 판례 글)과 결론이 다릅니다. 두 판결 모두 같은 법리, 즉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되어 별도 설명 없이도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면 설명의무가 없다’는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차이는 그 기준에 대한 판단에서 나왔습니다.

구분 2024다223949(위험분담제 환급금) 2023다250746(갑상선암 림프절 전이)
문제 된 내용 환급받은 금액은 실제 부담한 비용이 아니라는 점 이차성 암을 원발부위 기준으로 분류한다는 조항
약관 문언과의 관계 약관에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이 명시되어 있음 약관 별표에는 C77~C80이 독립된 암으로 명시되어 있음
대법원 판단 별도 설명 없이도 알 수 있음 → 설명의무 없음 설명 없이는 예상하기 어려움 → 설명의무 있음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같은 방향의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약관 해석의 법리를 설명하며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에 관한 판결(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83913)을 함께 인용했습니다. 그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본인부담상한액 초과분은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본인부담상한제 판례 글).

환급의 주체가 공단이든 제약회사든, 피보험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지 않게 되는 금액은 실손보험금 산정에서 빠진다는 점에서 두 판결은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금융감독원도 2025년 3월 판례로 알아보는 실손보험 유의사항을 안내하면서 두 판결을 함께 소개했습니다(뉴시스 2025. 3. 10.).

위험분담제 약제는 어떻게 환급받나요?

전액본인부담으로 처방받은 경우 환자가 약제별 환급 창구에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약사공론 보도(2026. 2. 4.)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위험분담계약 약제는 64개이고, 환급 대상은 전액본인부담 및 선별급여 환자입니다. 필요 서류는 제약회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신청서, 진단서, 의사 소견서 등이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환급률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고가 항암제를 전액본인부담으로 쓰는 분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필자가 먼저 확인하는 것은 그 약제가 위험분담계약 약제인지, 그리고 제약회사 환급을 이미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실손보험금은 환급 후 실제로 남은 부담액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위험분담제로 제약회사에서 돌려받은 약값도 실손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제약회사로부터 환급받은 금액은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요양급여비용이 아니므로,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을 보상하는 실손보험의 지급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Q. 약값을 먼저 전액 냈는데도 실제로 부담한 금액이 아닌가요?
대법원은 약값 전액을 먼저 냈더라도 위험분담제에 따라 환급률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받았다면, 그 부분은 결국 제약회사가 부담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실손보험금은 환급받고 남은 최종 부담액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Q. 보험회사가 가입할 때 이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약관 문언상 실제로 부담한 부분만 보상한다는 점을 별도 설명 없이도 알 수 있고, 손해를 넘는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내용이라는 이유입니다.

Q.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도 같은가요?
대법원은 2024년 1월 판결(2023다283913)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본인부담상한액 초과분도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 판결을 함께 인용했고, 피보험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지 않는 금액은 보상에서 빠진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입니다.

확인/체크리스트 (실용적 행동 지침)

  1. 처방받은 약제가 위험분담계약 약제인지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확인합니다.
  2. 전액본인부담으로 처방받았다면 제약회사 환급 창구에 직접 환급을 신청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합니다.
  3. 내 실손보험 약관에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이라는 문구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4.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제약회사 환급금이나 공단 환급금을 뺀 실제 부담액이 보상 기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둡니다.
  5.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처럼 공단에서 돌려받는 금액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이 글은 위험분담제 · 실손보험 · 본인부담상한제 · 작성자불이익원칙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칼럼은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이 글을 쓴 사람
강만하
법률사무소 청담 사무국장 · 17년간 교통사고·산재사고 보상, 송무, 보험금 분쟁 해결 업무 담당

보험금 지급거절과 분쟁 사건을 실제 사례와 판례로 해설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청구 현장에서 쌓은 판단 기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