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다쳤으니 당연히 배상받겠지” —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1심과 2심조차 결론이 갈렸습니다. 사지마비라는 중한 결과 앞에서도 법원의 판단이 이렇게 흔들렸다면, 도대체 무엇이 배상책임을 가르는 기준일까요.
사건 개요 — 골문 앞에서 벌어진 충돌
2014년 7월, 계룡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조기축구 동호회원들이 편을 나눠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골키퍼, 피고는 상대 팀 공격수였습니다.
상대 팀 선수가 원고 쪽 골문 방향으로 센터링을 한 상황에서, 원고는 공을 쳐내기 위해 왼쪽 후방으로 손을 뻗으며 다이빙 점프로 착지를 시도했습니다. 그 순간 원고의 머리와 피고의 허리가 부딪혔고, 원고는 목척수 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사지마비 판정을 받고 지체장애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단
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통상 예상 가능한 신체접촉이었고, 피고가 경기규칙을 위반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반면 2심(대전고법)은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피고가 빠른 속력으로 무모하게 달려들었다는 점, 피고의 체격(178cm·100kg 이상)이 상당했다는 점, 그리고 이 경기가 프로 시합이 아니라 동호회원들의 친목 경기였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하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이렇게 갈렸다는 것 자체가, 이 사건이 얼마나 애매한 경계 위에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대법원의 판단 — “사회적 상당성”이라는 기준
대법원은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에게는 경기규칙을 지키면서 다른 참가자의 생명·신체 안전을 확보해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 즉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전제합니다.
다만 권투나 태권도처럼 상대에 대한 가격 자체가 경기의 본질인 종목, 혹은 축구나 농구처럼 여러 선수가 한 영역에서 신체접촉을 주고받으며 승부를 가리는 종목은 애초에 신체접촉에서 비롯되는 부상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종목에 참가하는 사람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의 위험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참가하는 것으로 취급됩니다.
그래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는 경기의 종류와 위험성, 경기 진행 상황, 경기규칙 준수 여부와 위반 정도, 부상의 부위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되, 그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이 사건에 이 법리를 적용하면서 대법원은, 공의 궤적과 진행 방향, 충돌이 일어난 지점을 볼 때 이는 정상적인 공 경합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봤습니다. 당시 목격자도 “반칙이라기보다는 무리한 플레이”였다고 증언한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결국 피고가 경기규칙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지마비라는 결과가 중하다는 사정이 이 판단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고 대전고법으로 환송했습니다.
이 법리는 이 사건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닙니다. 2011년 한 대학교 농구 경기 중 리바운드 충돌로 앞니가 부러진 사건(대법원 2011다66849)에서 이미 같은 틀로 판단한 전례가 있었고, 이 사건은 그 틀을 축구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에 가깝습니다.
실무자의 시각에서 — 이 판례가 소비자에게 의미하는 것
실무적으로 이런 문의를 받으면 가장 먼저 보는 건 부상의 정도가 아니라 ‘행위’입니다. 사지마비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당연히 배상받아야 할 것 같지만, 법원이 실제로 따지는 건 그 순간 상대의 행동이 통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났는지입니다.
다만 이 ‘사회적 상당성’이라는 기준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이 판례를 분석한 한 법학 논문은, 같은 사건의 1심과 2심 결론이 정반대로 갈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 기준이 위법성을 가르는 잣대로 쓰기엔 너무 모호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합니다. 대신 독일 판례처럼 ‘경기규칙을 얼마나 중대하게 위반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더 명확하다는 주장인데, 실무적으로도 공감이 가는 지적입니다 — 상담을 하다 보면 “얼마나 다쳤는지”부터 말씀하시는 분이 많지만, 정작 법원이 보는 건 “상대가 무엇을 어겼는지”입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실제 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상대가 일부러 다치게 했거나 경기규칙을 크게 어겼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는 게 실무 기준으로 통용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목격자가 “반칙이라기보다는 무리한 플레이”였다고 증언한 부분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부상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순간 상대의 행동이 ‘규칙 위반’이라 부를 만한 수준이었는지가 쟁점이었던 것입니다.
법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사지마비라는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야박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결론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고로 후유장해가 남았다면,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는 별개로 본인이 가입한 상해보험이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확인해보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확인/체크리스트
- 상대의 행위가 단순 반칙 수준인지, 아니면 고의성·위험성이 뚜렷한 중대한 규칙 위반인지부터 구분해봅니다 (부상의 크기보다 이 구분이 책임 판단에 더 중요합니다).
- 사고 당시 목격자 진술, 경기 영상 등 ‘행위 자체’를 입증할 자료를 최대한 확보합니다.
- 경기 종목의 성격(개인종목인지 신체접촉이 허용되는 대항종목인지)에 따라 감수해야 할 위험의 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합니다.
- 상대방 배상책임과 별개로, 본인이 가입한 상해보험·후유장해 담보를 함께 확인합니다.
-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이라면, 과실상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합니다.
이 글은 안전배려의무 · 사회적상당성 · 스포츠사고 · 주의의무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칼럼은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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