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고관절이 망가졌다면 — 무혈성괴사 상해후유장해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다른 병을 치료하려고 맞은 주사가,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전혀 다른 몸의 부위를 망가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테로이드입니다. 시신경염이나 척수염, 루푸스, 백혈병처럼 스테로이드 없이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을 앓았던 환자에게서, 몇 개월에서 몇 년 뒤 대퇴골두(고관절) 무혈성괴사가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보고됩니다. 고관절로 가는 혈류가 막혀 뼈 조직이 서서히 죽어가는 병으로, 방치하면 결국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상해보험의 후유장해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이런 무혈성괴사도 상해에 해당한다”는 쪽으로 상당히 일관되게 판단해 왔습니다. 다만 상해로 인정받는 것과 실제로 보험금을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 사이에 넘어야 할 관문이 최소 세 개는 더 있습니다.

질병 치료제가 왜 “상해”로 인정될까

상해보험 약관은 공통적으로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은 경우”를 보상합니다. 여기서 요구되는 세 가지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외래성: 원인이 몸 안의 질병이나 체질이 아니라 외부에서 온 것이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신체 외부에서 투입된 약물이므로 이 요건을 충족합니다.
  • 우연성: 피보험자가 예견하지 못한 원인으로 발생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무혈성괴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설명받은 환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법원은 이 요건도 대체로 인정합니다.
  • 급격성: 사고 시점이 반드시 순간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약효가 누적되다가 어느 시점에 부작용으로 발현되는 것 자체가, 그 시점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급격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봅니다.

이 세 요건에 관한 정의는 원래 무혈성괴사와 무관한 다른 상해보험 사건들(의료과실로 인한 사망 사건, 사인 불명의 돌연사 사건 등)에서 대법원이 정립해 놓은 것인데, 이후 스테로이드·무혈성괴사 사건들에서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는 방식으로 굳어졌습니다. 백혈병 항암치료, 알레르기·피부염, 전신 홍반 루푸스, 뇌종양 방사선치료 후 뇌부종 등 원인이 된 질환이 무엇이든 이 법리 자체는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즉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무혈성괴사는 애초에 상해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실무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왜 못 받을 수도 있는가 — 의료처치 면책조항

상해로 인정된다고 바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상해보험 약관에는 통상 이런 면책조항이 있습니다.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처치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되, 회사가 부담하는 상해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처치로 인한 경우에는 보상한다.

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보험사가 애초에 담보하지 않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행위는 일상생활보다 위험이 훨씬 커지므로 처음부터 보호 대상에서 빼되, 보험사가 보상하는 상해를 치료하는 과정의 위험에는 보호를 준다는 데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 “의료처치” 개념에는 의사가 질병 치료를 위해 약물을 투여하는 행위, 그리고 그 부작용으로 위험이 커지는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봅니다.

여기서 분기점이 갈립니다. 스테로이드가 애초에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됐다면 그 부작용에는 면책조항이 원칙적으로 적용됩니다. 반대로 스테로이드가 보험사가 이미 보상하는 상해(예: 사고로 다친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처방됐다면 이 조항은 애초에 적용되지 않고, 문제는 아래에서 설명할 인과관계 입증으로 넘어갑니다.

실제로 이 조항이 발목을 잡은 사례가 있습니다. 시신경염과 횡단성 척수염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여러 병원에서 반복 투여받은 환자가, 복용을 시작한 지 1년 8개월 만에 좌측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로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사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1심 법원은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가 2심에서 결론이 완전히 뒤집혔고, 대법원도 2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는 것입니다. 시신경염·척수염 자체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생긴 게 아니라 질병이므로, 그 치료를 위한 스테로이드 투약은 면책조항이 정하는 의료처치에 해당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법원 안에서도 결론이 갈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 문제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청구인이 이기는 경우가 많은 이유 — 설명의무

면책조항이 이론상 적용 대상이라 해도, 보험사가 계약 체결 당시 그 조항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했어야만 이를 근거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다하지 못하면 보험사는 그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약관에 널리 쓰이는 표준 조항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이 의무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실제 사건들을 보면 보험사는 이 설명의무 입증에 거의 매번 실패합니다. 백혈병 항암치료 중 스테로이드를 투여받고 이후 양측 고관절과 견관절에 순차적으로 무혈성괴사가 발생한 사건, 알레르기·피부염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다 양측 고관절이 상한 사건, 전신 홍반 루푸스로 약 3개월간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여받고 양측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사건까지, 모두 진료기록 어디에도 “스테로이드로 무혈성괴사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나 서명 기록이 없었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패소했습니다. 이 중 루푸스 사건에서는 담당 의사가 다른 재판에서 “무혈성 고관절 괴사는 발생빈도가 낮고 예측이 어려워 설명하기 힘들다”고 증언한 사실까지 인용됐는데, 역설적으로 이 증언이 “의료 현장에서 이 부작용을 사전 설명하는 관행 자체가 거의 없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습니다. 이 판결은 2025년 말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런 사건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진료기록과 청약서 어디에도 부작용에 대한 설명·서명 흔적이 없는지입니다. 이 흔적이 없으면 면책조항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앞서 소개한 시신경염·척수염 사건에서는 설명의무 위반 주장 자체가 판결문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원고 측이 이 쟁점을 아예 주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승소한 다른 사건들과 비교하면 이 쟁점을 짚었는지 여부가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판결이 폐기되거나 뒤집힌 것은 아니므로, “보험사가 예외적으로 이길 수도 있다”는 리스크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남는 관문 — 인과관계 입증

면책조항 문제를 넘어서도 끝이 아닙니다. 사고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 부분에서 청구가 전부 기각된 사건이 있습니다.

작업장에서 쇠파이프 더미가 무너지며 발목을 다친 근로자가, 그 치료 과정에서 몇 년에 걸쳐 스테로이드(트리암시놀론) 치료를 받다가 좌측과 우측 고관절에 순차적으로 무혈성괴사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스테로이드가 이미 보상 대상인 “상해”(발목 부상) 치료를 위해 투여된 경우라 의료처치 면책조항 자체는 쟁점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법원은 의학 문헌과 진료기록감정 결과를 근거로, 스테로이드 유발 무혈성괴사의 발병 시기는 통상 치료 시작부터 진단까지 1~16개월(평균 약 5개월) 사이이고, 이 기간을 벗어나면 발병 확률이 5% 미만으로 급감한다고 보았습니다. 용량 기준으로는 하루 최소 20mg 이상, 또는 2~3개월간 누적 2,000mg 이상, 고용량 기준으로는 한 달에 900mg 이상을 인과관계 인정의 기준선으로 삼았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일일 평균 투여량이 약 1mg에 불과해 최소 위험용량에 크게 못 미쳤고, 결정적으로 마지막 투여일로부터 수술일까지 약 29개월이 지나 위험 구간을 훨씬 벗어나 있었습니다. 법원은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무에서는 마지막 투여일과 수술일 사이의 개월 수를 계산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결정적입니다. 몇 달 차이로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투여 기록과 무혈성괴사 진단·수술 시점을 정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실무상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후유장해 지급률 산정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인과관계까지 인정받아도 끝이 아닙니다. 지급률을 계산하는 단계에서도 두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첫째, 장해분류표상 한쪽 다리의 3대 관절(고관절·무릎관절·발목관절) 중 하나에 인공관절을 삽입해 기능을 완전히 잃으면 지급률은 30%이고, 양측 고관절에 모두 인공관절을 넣으면 두 지급률을 합산해 60%까지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합산은 “같은 사고”로 인정될 때만 가능합니다. 좌우 발병 시점이 크게 벌어져 있으면 법원이 별개의 보험사고로 취급할 수 있고, 이 경우 합산해서 고도후유장해 문턱을 넘기려는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 앞서 소개한 발목 부상 사건이 정확히 보여주는 함정인데, 일부 후유장해 특약은 지급률에 비례해서 주는 게 아니라 합산 지급률이 80% 이상이 되어야만 전액을, 못 미치면 한 푼도 주지 않는 구조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미 좌측 족관절·족지관절 손상과 좌측 고관절 손상(상해기여도 90% 적용)까지 보험사가 지급을 마친 상태였고, 다투어진 건 우측 고관절 30% 하나뿐이었습니다. 이 조각만 더해지면 80%를 넘는데, 여기서 인과관계 입증에 실패하자 이미 인정받은 부분까지 포함해 청구 전부가 기각됐습니다. 비례지급형과 문턱형은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가입한 특약이 어느 쪽인지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참고: 생명보험 재해특약이라면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여기까지 소개한 판례는 모두 손해보험사의 상해보험(상해특약)에 관한 것입니다. 생명보험사의 재해특약은 용어부터 다르고(생명보험은 “재해”, 손해보험은 “상해”라는 용어를 쓰며 의미는 거의 같다고 봅니다), 판단 방식도 다릅니다. 생명보험 재해특약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드에 따라 재해 여부를 가리는 “재해분류표”를 약관에 첨부해 두는데, 여기에는 “외과적·내과적 치료 중 처치 당시엔 예상치 못했던 이상반응·합병증은 보장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어, 오히려 상해보험보다 관대하게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이 조항이 무혈성괴사 사건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됐는지는 아직 확인된 판례가 없어, 보유하신 보험이 상해보험인지 재해특약인지부터 확인하시는 게 우선입니다.

조금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흐름이 이렇게 정리됐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닙니다. 학계에서는 애초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과 법원의 결론 방향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분쟁조정 절차에서는 지급 결정이 나오는 사안이 소송으로 가면 면책조항에 막혀 패소하는 비일관성이 있다는 것이고, 일부 학자는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무혈성괴사는 애초에 상해보험이 담보하는 보험사고로 보지 않는 게 논리적으로 더 일관적”이라는 견해까지 제시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소수 견해지만, 같은 문제를 놓고 기관마다 결론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청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참고할 만합니다.

확인/체크리스트

  1. 스테로이드가 애초에 “질병” 치료 목적이었는지, 이미 보상 대상인 “상해” 치료 목적이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이에 따라 의료처치 면책조항이 쟁점이 될지, 곧바로 인과관계 다툼으로 갈지가 달라집니다.
  2. 계약 체결 당시 청약서·상품설명서에 스테로이드 부작용(무혈성괴사)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나 서명 확인 절차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이 기록이 없다면 면책조항 자체를 다퉈볼 여지가 큽니다.
  3. 스테로이드 투여 기록(용량, 횟수, 마지막 투여일)과 무혈성괴사 진단·수술 시점을 정확히 정리해 둡니다. 마지막 투여일로부터 발병·수술까지의 기간이 인과관계 판단에 결정적입니다.
  4. 가입한 후유장해 특약이 지급률만큼 비례해서 주는 구조인지, 80% 이상이어야만 전액을 주는 문턱형 구조인지 약관으로 확인합니다.
  5. 양측 부위에 순차적으로 장해가 발생했다면, 발병 시점이 크게 차이 나는 경우 “같은 사고”로 합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둡니다.
  6. 가입한 보험이 손해보험 상해보험인지, 생명보험 재해특약인지부터 확인합니다. 두 상품은 판단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이 글은 무혈성괴사 · 의료처치면책조항 · 설명의무 · 인과관계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판례는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이 글을 쓴 사람
굿보상닷컴
손해사정법인을 거쳐 현재 법률사무소 소속 · 보험 실무 17년

네이버 지식iN에서 ‘굿보상닷컴’으로 보험 상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험금 지급거절과 분쟁 사건을 실제 사례와 판례로 해설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청구 현장에서 쌓은 판단 기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