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서 골절됐는데, 보험사는 왜 “병적골절이라 상해가 아니다”라고 할까

넘어져서 뼈가 부러졌는데 보험금이 거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는 대개 하나로 수렴합니다. “이 골절은 사고 때문이 아니라, 원래 있던 골다공증 때문에 생긴 병적골절”이라는 겁니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고령의 청구인일수록 이 항변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언뜻 보면 억지스러운 논리 같지만, 실제로 이 항변으로 보험사가 이기는 사건도 있고 지는 사건도 있습니다. 무엇이 승패를 가르는지, 실제 판결문을 근거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상해”의 법적 정의부터 짚어야 합니다

상해보험 약관은 공통적으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손상만 보상합니다. 그런데 이 정의에는 괄호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는 사람이 경미한 외부 자극만으로 발병하거나 증상이 악화된 경우엔, 그 경미한 자극을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는 취지입니다. 서로 다른 두 보험사의 약관을 직접 대조해봤는데 문구가 사실상 동일했습니다 — 업계 공통 문구로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즉 “질병으로 인한 골절은 제외한다”는 별도 조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재해”라는 개념 자체의 정의 안에 이 예외가 이미 박혀 있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 “외래성”의 입증책임을 보험금청구자에게 지웠습니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7579 판결). 골절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골절이 질병이 아니라 사고 때문이라는 것을 청구인이 직접 증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병적골절이 왜 이렇게 자주 등장할까

병적골절은 뼛속에 생긴 질환 때문에 뼈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원인은 골다공증과 뼈 종양입니다. 건강한 뼈가 큰 외상으로 부러지는 일반 외상성 골절과 달리, 병적골절은 기저 질환으로 인한 뼈 약화가 먼저 있고, 그 위에 미미한 외상만 더해져도 부러질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문제는 이 의학적 특성이 그대로 보험사에 유리한 논리로 쓰인다는 겁니다. 실제 판결문 중에는 골다공증이 심한 환자는 단순히 주저앉거나 작은 충격만 받아도 압박골절이 흔히 생긴다는 사실을, 법원이 스스로 판시 이유에 적어둔 사례도 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1. 4. 29. 선고 2019나216399 판결). 골다공증 환자는 실제로 사고를 당했더라도, “그 사고가 골절의 원인이었는지 아니면 골절이 어차피 일어날 상태였는지”를 가리기가 의학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이 분쟁의 근본적인 어려움입니다.

패소한 사건들 — 인과관계가 끊긴 이유

같은 논리로 실제 패소한 사건 두 건을 확인했습니다.

76세 여성이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넘어진 사건에서는, 사고 당일 진단서에 염좌만 기재됐다가 이후 몇 달에 걸쳐 순차적으로 여러 부위의 압박골절이 발견됐습니다. 후유장해진단서도 사고 2년 뒤에야 발급됐습니다. 법원은 사고와 골절 발견 시점 사이의 시차, 그리고 사고 전부터 있었던 골다공증 병력을 근거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19나216399 판결, 항소기각).

90세 여성이 두 차례에 걸쳐 낙상한 사건도 패소했습니다. 첫 낙상 후엔 엑스레이상 특이소견 없이 17일간 정상적으로 걸어 다녔고, 이후 다른 병원에서 재차 넘어져 대퇴골이 골절됐습니다. 법원은 골밀도 수치(T-score -2.6)로 확인된 심한 골다공증과 파킨슨 의증 등 기왕증을 근거로, 낙상과 이후의 장해·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8. 26. 선고 2020가합529774 판결).

두 사건 모두 고령에 골다공증 병력이 있었고, 골절과 사고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나 다른 기왕증이 함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승소한 사건들 — 무엇이 달랐을까

반대로 골다공증 진단 이력이 있었는데도 승소한 사건들을 보면, 병명이 아니라 증거의 질이 승패를 갈랐다는 게 분명해집니다.

한 사건에서는 원고가 낙상으로 대퇴골 경부가 부러졌는데, 보험사는 과거 골다공증 진단 이력을 근거로 병적골절이라고 다퉜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확인해보니, 골다공증 진단은 2년 전의 일이었고 정작 사고 당시에는 골밀도가 호전되어 골다공증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가지를 더 명확히 했습니다. “원고가 고령이라는 점은 재해 인정 시 고려되어야 하는 ‘체질적 요인’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겁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13. 선고 2024가단5314237 판결). “나이가 많으니 뼈가 약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만으로는 병적골절 항변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법원이 위촉한 진료기록감정의의 소견이 결정적이었습니다. 76세 환자가 골반 여러 부위에 다발성 골절을 입은 사건에서, 보험사는 골다공증(T-score -3.2도)을 이유로 병적골절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감정의는 골절 부위가 뼈 깊숙한 곳이라 경미한 충격이나 자연발생만으로는 생기기 어렵고, 골절 조각이 여러 개로 쪼개진 양상 자체가 상당히 심하게 넘어졌음을 시사한다는 소견을 냈습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골다공증이 골절의 결과를 악화시켰을 뿐 낙상 자체를 “경미한 외부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해 장해보험금을 인정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1. 4. 9. 선고 2019나106635 판결, 1심 패소를 뒤집은 항소심).

다만 이 사건은 승소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원고가 사고 11개월 후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데 대한 사망보험금 청구는 별도로 기각됐습니다. 고혈압·심근경색 기왕증과 낙상 직전의 스텐트 시술 이력이 있었던 탓에, 낙상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까지는 인정받지 못한 겁니다. 병적골절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어도, 그 뒤에 이어지는 다른 결과와의 인과관계는 또 별개의 싸움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기왕증 공제조항이라는 또 다른 함정

승소 사건 두 건 모두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쟁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두 원고 모두 이전에 무릎관절 등에 이미 다른 장해를 갖고 있었고, 보험사는 “이미 기왕장해가 있으니 이번 장해는 공제 대상”이라며 지급을 거절하거나 깎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두 사건 모두 원고 편이었습니다. 한 사건에서는 보험사가 이 공제조항에 대해 계약 체결 당시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조항 자체를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다229917, 229924 판결 법리 적용). 다른 사건에서는 무릎관절과 고관절은 같은 “다리”라도 장해등급분류표상 별개의 관절로 봐야 한다며 공제 범위를 좁게 해석했고, 보험사 주장대로라면 다리 어디든 기왕장해가 있는 사람은 새로 다른 관절을 완전히 못 쓰게 돼도 보험금을 못 받는 부당한 결과가 된다고까지 지적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병적골절 항변만 넘었다고 끝난 게 아니라 기왕증 공제조항까지 이중으로 다퉈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보험사가 이 조항을 계약 당시 제대로 설명했는지는 병적골절 여부보다 오히려 더 명확하게 다툴 수 있는 지점이라, 청구인 입장에서는 놓치기 아까운 쟁점입니다.

확인/체크리스트

  1. 사고 직후 발급받은 진단서에 골절 여부가 명확히 기재됐는지 확인합니다. 초진 시 염좌 등으로만 기재되고 골절이 뒤늦게 확인되면, 그 시차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2.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면, 그 진단 시점과 사고 시점 사이에 골밀도가 달라졌는지를 확인합니다. 과거 진단이 아니라 사고 당시의 상태가 쟁점입니다.
  3. 보험사가 병적골절을 주장하며 지급을 거절하면, 법원 진료기록감정 신청을 검토할 만합니다. 골절의 형태·정도가 경미한 충격으로 설명 가능한지에 대한 전문가 소견이 실제로 승패를 가른 사례가 있습니다.
  4. 보험사가 기왕증을 이유로 공제·감액을 주장하면, 그 공제조항을 계약 체결 당시 실제로 설명받았는지부터 따져봅니다. 설명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조항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5. 골절이 인정되더라도 그 이후 발생한 사망·합병증 등에 대한 보험금은 별도의 인과관계 입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처음부터 각 청구 항목을 구분해 준비합니다.

이 글은 상해보험 · 기왕증 · 후유장해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판례는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이 글을 쓴 사람
굿보상닷컴
손해사정법인을 거쳐 현재 법률사무소 소속 · 보험 실무 17년

네이버 지식iN에서 ‘굿보상닷컴’으로 보험 상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험금 지급거절과 분쟁 사건을 실제 사례와 판례로 해설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청구 현장에서 쌓은 판단 기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