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다 보행자와 부딪혀 다치게 하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동킥보드를 타다 똑같은 사고를 내면 대부분 보상받지 못합니다. 둘 다 두 바퀴로 이동하다 낸 사고인데 왜 결과가 다를까요. 답은 사고 당시 타고 있던 것이 법적으로 무엇으로 분류되느냐에 있습니다.
핵심 기준 — “누구의 힘으로 움직였느냐”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은 대개 항공기·선박·차량의 소유·사용·관리로 인한 배상책임을 보장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여기서 ‘차량’의 정의에 이륜자동차뿐 아니라 “원동력이 인력에 의하지 않고 전동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개인형 이동장치”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원동력이 순전히 사람의 힘(인력)인 이동수단은 이 ‘차량’ 정의에서 제외됩니다. 결국 전동장치가 굴러가게 하느냐, 사람 다리 힘으로 굴러가느냐가 보상 여부를 가르는 1차 기준입니다.
자전거는 왜 보상되는가
일반 자전거는 페달을 밟는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순수 인력 이동수단입니다. 약관상 ‘차량’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다 낸 사고는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통상적인 배상책임 사고로 취급되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됩니다.
전동킥보드가 면책되는 이유 —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정확히는 그중에서도 일정 요건을 갖춘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됩니다. 최고속도가 25km/h를 넘으면 전동기가 자동으로 멈추고 차체 무게가 30kg 미만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붙어 있지만, 어쨌든 전동기의 힘으로 굴러가는 이동수단이라는 본질은 같습니다. 그래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의 ‘차량’ 면책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고, 사고를 내도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금융감독원도 이 점을 소비자에게 직접 안내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공식 설명에서 전동킥보드·전동휠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는 현행법상 ‘차’로 분류돼 면책조항이 적용되므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밝혔고, 2024년 5월에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가입자들이 알아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로 같은 내용을 다시 안내했습니다.
헷갈리는 지점 — 전기자전거는 어느 쪽에 속할까
전기자전거는 작동 방식에 따라 법적 취급이 갈립니다. 페달을 밟는 힘을 전동기가 보조해주는 PAS(페달보조) 방식은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로 분류되어 별도 면허가 필요 없고, 개인형 이동장치 범위에서도 제외됩니다. 반면 페달 없이 손잡이 스로틀(가속레버) 조작만으로 움직이는 방식은 전동킥보드와 마찬가지로 개인형 이동장치에 포함되어 원동기 면허가 필요합니다.
법적 분류만 보면 PAS 방식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에 가깝게 취급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보험 약관마다 ‘차량’을 정의하는 문구가 조금씩 다르고, “전동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모든 개인형 이동장치”라는 표현을 폭넓게 쓰는 약관도 있어, PAS 방식이라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가입한 약관의 정확한 문구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스로틀 방식은 왜 전동킥보드와 똑같이 취급되나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의2는 개인형 이동장치를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일정 요건을 갖춘 것으로 정의하는데, “페달을 돌리지 않고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기자전거가 여기에 명시적으로 포함됩니다. 이 요건은 전동킥보드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합니다 — 시속 25km 이상에서는 전동기가 자동으로 멈추고, 차체 중량이 30kg 미만이어야 합니다. 반대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정의하는 ‘전기자전거’에는 스로틀 방식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로틀 방식은 자전거 관련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도로(자전거도로 아닌 차도 포함)를 달릴 수 있으며, 헬멧 착용도 의무입니다. 보험 약관의 ‘차량’ 면책 조항이 적용되는 논리도 이와 같습니다 — 전동킥보드와 마찬가지로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겉모습만으로 PAS 방식과 스로틀 방식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두 방식을 하나의 제품에서 전환할 수 있게 만든 겸용(듀얼 모드) 전기자전거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서, 업계에서도 “외형상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타고 있는 본인조차 자신의 전기자전거가 법적으로 어느 쪽인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구매 시 제품 사양서나 설명서에 페달 없이도 구동되는지 여부가 명시돼 있는지 확인해두는 것이 나중에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여기에 더해, 스로틀 방식인데도 원동기 면허 없이 운행하다 사고를 냈다면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에 해당해 별도의 행정·형사상 불이익이 따를 수 있습니다. 보험 면책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사고 처리 과정에서 함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지점이라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사고를 냈다면 — 다른 경로는 없을까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안 된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20년 10월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무보험자동차상해담보의 보상 대상에 개인형 이동장치를 포함시켰습니다. 그래서 전동킥보드 사고의 피해자이거나 그 가족이라면, 본인이나 가족 명의의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무보험자동차상해담보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가해자가 특정돼야 하고(뺑소니는 경찰 신고 후 가해자가 특정된 경우에만), 피보험자 범위도 본인·배우자·부모·자녀 등으로 한정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한다면 짧은 기간 단위로 가입할 수 있는 개인형 이동장치 전용 보험 상품을 별도로 알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공유 킥보드를 빌려 탄다면 대여업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보험이나 약관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무자의 시각에서
실무적으로 보면, 전동킥보드 사고 상담을 받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자전거 사고면 되는데 왜 킥보드는 안 되냐”는 항의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둘 다 비슷한 크기의 개인 이동수단이라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보험 약관은 그 이동수단이 법적으로 어떻게 분류되는지를 기준으로 삼지, 실제로 얼마나 위험해 보이는지를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이 간극 때문에 사고가 난 뒤에야 면책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 구조에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전동킥보드는 이미 도심 곳곳에서 흔히 쓰이는 이동수단이 됐는데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상품 대부분이 여전히 이를 예외적인 위험으로 취급해 보장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늘어난 만큼 보장 공백에 대한 인식도 함께 넓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확인/체크리스트
- 내가 가입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에서 ‘차량’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합니다.
- 전동킥보드·전동휠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자주 이용한다면 별도의 단기 보험 가입을 검토합니다.
- 전동킥보드 사고의 피해자이거나 그 가족이라면, 본인·가족 명의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자동차상해담보 적용 여부를 확인합니다.
- 전기자전거는 페달보조(PAS) 방식인지 스로틀 방식인지에 따라 법적 취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 내 전기자전거가 페달 없이도 구동되는 겸용(듀얼 모드) 제품인지 구매 시 제품 사양서로 확인해둡니다 — 겉모습만으로는 구분이 어렵습니다.
- 공유 대여업체의 전동킥보드를 이용한다면 업체 자체 보험·약관도 함께 확인합니다.
이 글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 전동킥보드 · 개인형이동장치 · 전기자전거 · 원동기장치자전거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판례는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