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브라이드 후유장해 진단서의 숫자들은 어떤 의미일까 — 노동력상실률과 장해기간에 관해

최근 들어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장해 문의를 해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하나 있습니다. 정작 진단서를 받은 분들 중에 그 안의 숫자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그 숫자, 특히 교통사고 손해배상이나 자동차보험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맥브라이드 방식의 노동력상실률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그 장해가 “몇 년짜리”인지가 왜 배상액과 보험금을 크게 좌우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노동력상실률이란 무엇인가

맥브라이드 방식은 1936년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가 만든 평가법으로, 지금도 법원 손해배상 소송과 자동차보험 실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기준입니다. 이 방식의 핵심은 “신체가 얼마나 손상됐는가”가 아니라 “그 손상이 실제로 일하는 능력을 얼마나 갉아먹는가”를 본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이름의 진단서라도 순수한 의학적 손상률과는 다른 숫자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장해율표에는 신체 부위별로 세분화된 수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물인간 상태는 100%, 한쪽 팔을 어깨 관절에서 절단하면 약 59%, 한쪽 눈을 실명하면 약 24%의 노동능력상실률이 인정되는 식입니다. 참고로, 상지(팔)의 경우에는 평소 주로 사용하는 손인지 여부에 따라 노동력상실률에 미세한 차이를 두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59%는 오른손잡이의 오른팔처럼 ‘주로 쓰는 팔’을 다쳤을 때 기준이고, 반대쪽 팔이라면 56.1%로 소폭 낮아집니다.

여기에 더해 직업 요소가 들어갑니다. 원서의 원칙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장해율은 원칙적으로 옥내근로자와 옥외근로자, 이 두 기준 중 하나를 적용하도록 되어 있고, 실제 국내 실무에서도 이 두 단계 구분이 기본으로 쓰입니다. 물론 원서에는 이보다 훨씬 세분화된 보조 장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실제 직업 280여 개를 나열해두고, 그 직업마다 눈·귀·척추·상지·손·다리 등 신체 부위별로 따로따로 1~9의 계수를 매긴 직업계수표인데, 피평가자의 나이·학력·경력·숙련도·전업 가능성 등을 감안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참고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 둔 것입니다. 다만 이 세부 표는 어디까지나 예외적·보충적 장치이고, 실제로는 옥내근로자·옥외근로자라는 두 단계 구분만으로 판단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옥내/옥외 구분이 모든 부위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지, 척추, 장기 손상, 뇌신경 장해 등 대부분의 신체 부위는 옥내근로자와 옥외근로자의 노동력상실률이 동일합니다. 반면 하지(다리)는 예외적으로 옥내·옥외 구분에 따라 수치가 갈립니다. 예를 들어 대퇴부(넓적다리) 절단은 옥내근로자 45%, 옥외근로자 48%로, 옥외근로자 쪽이 조금 더 높게 인정됩니다. 서고 걷고 이동하는 동작이 육체노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다리에 한해서는 옥외근로자에게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같은 부상인데 사람마다 결과가 다를까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같은 부위를 다쳤는데 왜 저 사람의 보상금액과 내 보상금액이 다르냐”는 것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후유장해만 놓고 볼 경우에 같은 부위를 다쳤더라도 사람에 따라 장해의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발목을 다쳐서 수술 후 관절 강직이 남은 경우, 강직의 정도에 따라 인정되는 노동력상실률이 달라집니다. 일반적인 정도의 강직이라면 14% 안팎이 인정되지만, 관절이 거의 움직이지 않을 만큼 강직이 심한 경우에는 23%까지 인정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같은 ‘발목 관절강직’이라는 진단명이 붙어 있어도, 실제 운동범위를 어떻게 측정했느냐에 따라 최종 수치가 갈리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장해기간을 들 수 있습니다. 노동력상실률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장해기간에 따라 보상금액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장해기간, 노동력상실률 못지않게 중요한 숫자

진단서의 노동력상실률이 “얼마나 잃었는가”를 나타내는 숫자라면, 그 못지않게 중요한데 자주 간과되는 숫자가 “얼마나 오래 잃었는가”, 즉 장해기간입니다. 손해배상에서 일실수익(사고로 잃은 미래 소득)을 계산할 때는 노동력상실률에 소득, 그리고 후유장해가 잔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에 대한 계수를 곱해서 배상액을 산출합니다. 즉 상실률이 같아도 장해기간이 길게 인정되면 배상액은 그만큼 커집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인해 척추체 골절상을 입은 40대 나이의 환자 두 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진단명: 요추 제1번 골절). A라는 환자는 압박골절이 있기는 하나 골절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보존적 치료를 받고 회복되었고, B라는 환자는 불안정성 골절로 척수 신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어서 후방고정술을 시행받았습니다. 두 환자 모두 요추 1번 골절에 대한 맥브라이드 노동력상실률은 32%로 동일하기는 하나, A환자는 한시적으로 5년의 장해가 남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고, B환자는 척추에 금속고정물이 삽입되어 있어 영구장해가 남을 것이라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고 한다면, 두 환자의 보상금액은 동일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B환자가 후유장해로 인해 소득이 감소된다고 평가되는 기간이 더 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해기간도 노동력상실률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만 이건 손해배상 소송에서의 ‘기간’ 문제이고, 개인이 가입한 상해보험 후유장해특약에서는 결이 다른 기간 문제가 따로 있습니다. 장해가 영구적인지, 5년 이상 가는 한시적인 것인지에 따라 보험금이 최대 5배까지 차이 나는 구조인데, 이 부분은 저희가 이전에 다룬 글(“허리 때문에 3년이나 고생했는데, 왜 후유장해보험금은 한 푼도 못 받았을까 — 한시장해라는 조건”)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으니 함께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여러 신체 부위를 다쳤을 경우의 노동력상실률 합산 방법

장해가 여러 부위에 걸쳐 있을 때, 맥브라이드는 각 부위의 장해율을 단순히 더하지 않고 차감합산법을 씁니다. 첫 번째 장해로 노동능력의 30%를 잃었다면, 두 번째 장해는 남은 70%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합니다. 원서에 실린 예시를 빌리면, 세 부위에 각각 50%, 30%, 10%의 장해가 있을 때 최종 상실률은 90%(50+30+10)가 아니라 68.5%로 계산됩니다. 먼저 50%를 반영하고, 남은 50% 중 30%를 더 반영해 65%가 되고, 다시 남은 35% 중 10%를 반영해 68.5%로 마무리되는 식입니다.

1963년 기준, 지금도 맞을까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63년 개정판 이후로 실질적인 변화가 없습니다. CT나 MRI 같은 영상진단기기조차 없던 시절 기준을 지금도 쓰고 있는 셈입니다. 직업 분류 역시 1960년대 미국 사회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정보통신 중심으로 재편된 오늘날 한국의 직업 구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런 한계가 누적되다 보니, 실제로 2020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 판결에서 맥브라이드 대신 대한의학회(KAMS)가 만든 기준을 적용해 노동능력상실률을 24%에서 18%로 다시 산정한 적이 있습니다. 법원은 이 기준이 “가장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미국의학협회 기준을 기본 모형으로 삼아 맥브라이드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보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걸 두고 “이제 맥브라이드는 끝났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런 전환은 아직 사건별·법원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서 어느 기준이 쓰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된 기준의 문제를 지적하는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그 문제가 일괄적으로 해결된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히려 당분간은 “이 사건에는 어느 평가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가”를 미리 따져보는 것 자체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확인·체크리스트

  1. 진단서에 본인의 실제 직업이 정확히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직업 기재가 실제와 다르면 노동력상실률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장해가 여러 부위에 걸쳐 있다면 차감합산법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확인하세요. 단순 합산과 차이가 크게 날 수 있습니다.
  3. 손해배상(교통사고 등) 사건이라면 후유장해가 한시적인지 영구적인지, 한시적이라면 몇 년으로 예상되는지 의사 소견을 확인하세요. 노동력상실률이 같아도 장해기간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상해보험 후유장해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라면 영구장해인지 한시장해인지, 한시장해라면 몇 년으로 예상되는지부터 확인하세요.
  5. 적용된 평가기준(맥브라이드 또는 KAMS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산정 근거 자료를 요청해 보세요.

이 글은 맥브라이드 · 노동력상실률 · 장해기간 · 후유장해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판례는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이 글을 쓴 사람
굿보상닷컴
손해사정법인을 거쳐 현재 법률사무소 소속 · 보험 실무 17년

네이버 지식iN에서 ‘굿보상닷컴’으로 보험 상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험금 지급거절과 분쟁 사건을 실제 사례와 판례로 해설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청구 현장에서 쌓은 판단 기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