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내면 보험사에서 “전동장치라 보상이 안 된다”는 안내를 먼저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안내는 대부분의 경우 정확하지 않습니다. 자전거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자전거는 법적으로 “자전거”이고,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도 이를 그대로 반영해 원칙적으로 보장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기준 전기자전거 견인 대수가 1년 사이 2.3배 넘게 늘고 국내 자전거 사고도 2024년 8.3% 증가할 만큼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이 근거를 정확히 알아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앞서 “자전거는 되고 전동킥보드는 안 된다? —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갈리는 기준”에서 전동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가 왜 대부분 면책되는지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번 글은 그 반대편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전동” 두 바퀴 이동수단이라도, 전기자전거는 전동킥보드와 출발선 자체가 다릅니다.
전기자전거 사고,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보장 대상인가요?
네, 원칙적으로 보장 대상입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자전거법) 제2조가 정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전기자전거는 법적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가 아니라 “자전거”로 분류되고,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의 면책조항은 애초에 “자전거”를 면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다치게 한 경우든 타인의 물건을 파손한 경우든 마찬가지입니다.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로 인정받는 요건은 무엇인가요?
자전거법 제2조는 다음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로 인정합니다.
- 페달과 전동기의 동시 동력으로 움직이며, 전동기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을 것(PAS 방식)
- 시속 25킬로미터 이상으로 움직일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않을 것
- 부착 장치를 포함한 전체 중량이 30킬로그램 미만일 것
여기에 KC 안전인증까지 받아야 합니다. 도로교통법은 이 정의를 별도로 다시 만들지 않고, 제2조 제20호에서 “자전거”란 자전거법이 정한 자전거 및 전기자전거를 말한다고 그대로 인용합니다. 두 법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이 자전거법에 얹혀가는 구조입니다.
| 유형 | 구동 방식 | 법적 분류 |
|---|---|---|
| 일반 전기자전거 | 페달+모터(PAS), 25km/h 컷오프, 30kg 미만 | 자전거 |
| 스로틀 겸용·리미트 해제 전기자전거 | 페달 없이도 구동 가능 | 원동기장치자전거(개인형 이동장치) |
이 셋 중 하나라도 벗어나면 — 스로틀이 달려 있거나, 25km/h를 넘어도 모터가 꺼지지 않거나, 무게가 30kg을 넘으면 —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가 바뀝니다. 이 경우는 앞서 다룬 전동킥보드와 같은 범주에 들어가므로, 그 글에서 설명한 면책 논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약관은 전기자전거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표준약관 제3조(보상하지 않는 손해) 제2항 제9호는 이렇게 규정합니다.
“항공기, 선박, 차량(원동력이 인력에 의한 것(자전거 등)은 제외합니다), 총기(공기총은 제외합니다)의 소유, 사용 또는 관리로 인한 배상책임”
같은 조항은 “차량”을 “「자동차관리법」 및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자동차’, ‘이륜자동차’ 및 ‘원동기장치자전거'”로 정의합니다. 이 조항은 이중 구조로 읽어야 합니다. “차량”의 소유·사용·관리로 인한 배상책임은 면책이지만, 괄호 안에서 “원동력이 인력에 의한 것(자전거 등)”은 애초에 “차량”에서 제외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에는 자전거법이 정한 전기자전거가 포함되고, “차량”(자동차·이륜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에는 애초에 “자전거”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3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자전거는 이 면책조항이 말하는 “차량”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조항 자체가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약관이 스스로 “자전거는 예외”라고 밝히고 있는 셈이니, 이는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조항을 있는 그대로 적용한 결과입니다.
보험사가 “전동식이라 안 된다”고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요?
실무적으로 보면, 전기자전거 사고 상담에서 보험사가 초기에 “전동장치라 면책”이라고 안내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런데 이 안내는 그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법 3요건을 충족하는지 먼저 확인한 뒤에 나와야 하는 결론입니다. 이 확인 없이 “전동식이니 무조건 면책”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앞서 다룬 전동킥보드 사례에서 금융감독원이 “PM은 차량으로 분류되어 면책된다”고 안내한 것도 스로틀 방식 개인형 이동장치를 대상으로 한 설명이지, 자전거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자전거까지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 두 이동수단을 “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잣대로 묶는 것은 법령의 정의 체계를 정확히 따른 판단이 아닙니다.
이 논리를 뒷받침하는 참고 사례도 있습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2023년 1월 20일, 전동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 사고에 대해 보험사가 같은 면책조항을 근거로 보상을 거부한 건에서, 조항의 취지가 자동차 수준의 고속·고위험 운행을 겨냥한 것이지 보도 위 저속 개인 이동수단까지 포괄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며 500만원 지급을 명했습니다. 애초에 면책조항의 적용 대상 자체가 아닌 전기자전거라면, 이 결정례보다 더 분명하게 보장을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확인/체크리스트
- 구매 시 KC 인증 표시와 제품 사양서(모터 정격, 최고속도 제한, 중량)를 사진이나 서류로 보관해두세요. 자전거법 3요건 충족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자료입니다.
- 스로틀 겸용 제품인지, 속도 리미트를 임의로 해제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세요 — 개조하는 순간 법적 지위가 바뀌어 보장에서 제외됩니다.
- 사고가 발생하면 제품 모델명과 인증 정보를 바로 촬영해 두세요. 보험사에 사양 충족을 입증할 때 필요합니다.
- 보험사가 “전동식이라 안 된다”고 안내하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시고, 자전거법 3요건 충족 사실을 서면으로 다시 주장하세요.
-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 전기자전거 · 개인형이동장치 태그와 이어집니다. “자전거는 되고 전동킥보드는 안 된다?” 칼럼과 함께 보시면 전동 이동수단 전반의 보험 적용 기준을 비교해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