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처리된 스카이차 추락사고, 보험사가 먼저 준 위자료는 공단 몫에서 빠질까 — 책임보험 한도로 갈린 대법원 판결

일하다 차량 사고로 다치면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이 함께 얽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하고, 사고 차량의 자동차보험사도 근로자에게 일부 돈을 지급합니다. 그러면 공단이 나중에 자동차보험사에 지급한 보험급여를 청구할 때, 보험사가 근로자에게 먼저 준 돈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이번에 살펴볼 판결(대법원 2025. 7. 16. 선고 2025다211133)은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손해가 책임보험 한도를 넘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다툼이 된 돈은 장해위자료 140만 원이었지만, 산재와 자동차보험이 겹치는 사고에서 손해 항목별로 돈이 어떻게 정산되는지 보여 주는 판결입니다.

사건 개요 — 간판 교체 중 스카이차에서 추락

간판·광고물 제조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의 근로자가 2019. 6. 12. 오후 2시 30분경 간판 교체 작업을 위해 사업주 소유의 스카이차량에 타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료 근로자가 조작하던 리모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붐대가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고, 가로수에 부딪히면서 근로자가 추락했습니다. 항소심 판결은 추락 높이를 약 4~5m로 적었습니다.

근로자는 우측 대퇴골 전자간 골절, 소장 장간막 손상, 우측 전·후방 십자인대 파열,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두개저 골절 등을 입고 124일간 입원하고 171일간 통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우측 고관절에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받아 산재보험법상 장해등급 제8급이 남았고, 법원은 노동능력상실률을 15%로 보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과 차량의 자동차보험사가 이 근로자에게 지급한 돈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급한 곳 항목 금액
근로복지공단 요양급여(치료비) 61,259,580원
근로복지공단 휴업급여 23,258,660원
근로복지공단 장해급여 56,778,040원
자동차보험사(2020. 9. 16.) 향후치료비 7,318,780원
자동차보험사(2020. 9. 16.) 입원간병비 4,232,520원
자동차보험사(2020. 9. 16.) 장해위자료 1,400,000원
자동차보험사(2020. 9. 16.) 치료비충당액 4,950,560원

공단은 근로자가 자동차보험사에 가지는 책임보험금 청구권을 대위해 소송을 냈습니다. 청구액은 1심에서 65,316,530원이었고, 항소심에서 50,316,530원으로 줄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왜 자동차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었나요?

자동차보험사가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의 ‘제3자’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1심과 항소심은 사고가 동료의 리모컨 조작상 과실과 사고 차량의 결함·관리상 하자로 일어났으므로, 차량 보험사가 근로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은 피해자가 책임보험자에게 가지는 직접청구권이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별개의 권리라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에게 직접 배상책임을 지는 책임보험자는 가해자가 산재보험법상 제3자인지와 관계없이 제3자에 포함된다고 했습니다. 같은 법리는 지게차 기사가 낸 산재사고, 근로복지공단은 기사에게 구상할 수 있을까에서 다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나옵니다.

이 사건에는 한 가지 사정이 더 있었습니다. 사고 차량의 소유자이자 자동차보험의 피보험자가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 본인이었습니다. 보험사는 사업주에게도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으니 그 몫은 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사업주의 과실을 10%로 보고 공제했지만, 항소심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업주가 산재보험 가입자이면서 자동차보험의 피보험자이기도 하므로, 보험사는 사업주에게 구상할 수 없고 그 과실을 탓할 수도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법원은 근로자의 손해를 얼마로 보았나요?

근로자도 안전모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이 일부 제한되었습니다. 1심은 보험사의 책임을 80%로, 항소심은 70%로 보았습니다. 항소심은 안전장비를 착용했더라도 붐대가 통제를 잃고 올라가 추락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지만, 안전모가 충격을 일부 줄일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이 책임비율 70%를 적용해 계산한 손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손해 항목 금액(책임비율 70% 적용)
적극적 손해(치료비) 42,881,706원
치료기간 중 일실수입 8,852,102원
치료종결 후 일실수입 32,087,662원

책임보험 한도는 얼마였나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은 책임보험금을 부상, 후유장애, 사망으로 나누어 각각 한도 안에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부상 한도는 별표 1의 상해 등급에 따라, 후유장애 한도는 별표 2의 장애 등급에 따라 달라집니다.

1심은 별표 1의 병급 규정, 즉 2급부터 11급까지의 상해가 둘 이상 겹치면 일정 범위에서 한 등급 높은 금액으로 배상한다는 규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런 다음 소장 장간막 손상, 대퇴골 전자간 골절, 십자인대 파열이 각각 별표 1의 3급에 해당한다며 부상 한도를 1,500만 원으로 보았습니다. 공단은 소장 장간막 손상이 2급에 해당해 1급 한도(3,000만 원)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2급 3호는 장기 일부를 적출한 경우인데 이 근로자는 적출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후유장애는 인공관절 전치환술 상태로 별표 2의 8급에 해당해 한도가 4,500만 원이었습니다.

구분 근로자의 손해(항소심) 책임보험 한도 보험사가 지급할 책임보험금
부상 51,733,808원(치료비 + 치료기간 일실수입) 1,500만 원 1,500만 원(한도 초과)
후유장애 32,087,662원(치료종결 후 일실수입) 4,500만 원 32,087,662원(한도 이내)

상해 등급별 한도는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상해급수표, 1급부터 14급까지 뭐가 다를까에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보험사가 근로자에게 먼저 준 돈은 어떻게 처리됐나요?

1심과 항소심의 계산 방식이 달랐습니다.

1심은 보험사가 근로자에게 준 17,901,860원 전부를 한꺼번에 뺐습니다. 부상 1,500만 원과 후유장애 33,437,832원(1심 기준)을 더한 뒤 17,901,860원을 빼서 30,535,972원을 인정했습니다.

항소심은 항목별로 나누어 뺐습니다. 향후치료비, 입원간병비, 치료비충당액(합계 16,501,860원)은 부상 책임보험금 1,500만 원에서, 장해위자료 140만 원은 후유장애 책임보험금 32,087,662원에서 공제했습니다. 부상 한도는 이미 지급한 돈으로 모두 소진되었으므로 남은 책임보험금은 30,687,662원(= 32,087,662원 − 1,400,000원)이었고, 항소심은 이 금액을 인정했습니다.

항소심이 공제를 인정한 논리는 이렇습니다.

  • 산재보험의 요양급여는 이미 받은 치료비에 대한 것이어서 향후치료비와 상호보완 관계가 없고, 위자료는 산재보험급여로 전보되지 않는 손해다. 따라서 공단은 향후치료비와 위자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없다.
  • 그러므로 향후치료비와 위자료 청구권은 여전히 근로자에게 남아 있고, 보험사가 이를 근로자에게 지급한 것은 유효한 변제다.
  • 책임보험 한도는 손해 중 특정 부분에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공단과 근로자는 각자 한도 안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보험사는 한쪽에 지급한 범위에서 다른 쪽에 대항할 수 있다.

대법원은 무엇을 바로잡았나요?

대법원은 향후치료비 공제는 그대로 인정하고, 장해위자료 공제는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판단 기준은 피해자의 손해가 책임보험 한도를 넘었는지였습니다.

먼저 대법원은 두 가지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1. 책임보험자가 지급할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은 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 일실수입 등 소극적 손해, 정신적 손해를 모두 포함한 금액에서 피해자의 과실비율이나 기왕증 기여도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 실제 손해액입니다.
  2. 공단이 대위하는 손해배상채권은 산재보험급여와 같은 사유, 즉 서로 보완 관계에 있어 보험급여로 소멸될 수 있는 것에 한정됩니다. 그리고 손해가 한도를 넘어 한도액이 책임보험금이 되는 경우,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이 산재보험급여와 보완 관계에 있지 않다면 그 돈은 공단에 지급할 책임보험금에서 공제됩니다.

이 법리를 두 부분에 적용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손해와 한도 대법원의 판단
부상(향후치료비) 손해가 한도 1,500만 원을 넘음 보험사는 한도까지만 배상하면 되므로 ‘한도액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 향후치료비 공제는 정당하다.
후유장애(장해위자료) 일실수입 32,087,662원에 장해위자료를 더해도 한도 4,500만 원 이내 보험사는 후유장애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하므로 ‘한도액이 있는 때’가 아니다. 장해위자료 공제는 잘못이다.

후유장애 부분에 대한 대법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노동능력상실률 15%의 후유장애로 근로자에게 생긴 손해에는 일실수입 외에 정신적 손해도 포함되고, 장해위자료는 그 정신적 손해를 메우기 위해 지급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보험사가 장해위자료를 지급했다면 위자료 배상채권이 소멸할 뿐, 치료종결 후 일실수입 32,087,662원의 배상채권은 그대로 남아 있고 공단이 이를 대위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공단이 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대법관 4명 일치 의견). 대법원은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했으므로, 최종 금액은 환송 후 다시 정해집니다.

실무적으로 이 판결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필자는 이 판결을, 산재와 자동차보험이 겹친 사고에서 보험사가 먼저 지급한 돈이 ‘어느 한도에서, 어떤 손해 항목으로’ 나갔는지가 결과를 바꾼다는 점을 보여 준 사례로 봅니다. 대법원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손해가 책임보험 한도를 넘는 부분: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먼저 준 돈 중 산재보험급여와 성질이 다른 돈(향후치료비 등)은 공단 몫에서 빠집니다.
  • 손해가 책임보험 한도 이내인 부분: 보험사는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하므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먼저 주었다고 해서 공단이 대위하는 일실수입 몫이 줄지 않습니다.

재해근로자 입장에서 눈여겨볼 대목도 있습니다. 항소심은 산재보험이 보상하지 않는 향후치료비와 위자료 청구권이 근로자에게 남아 있다고 보았고, 이 사건에서도 보험사는 근로자에게 향후치료비와 장해위자료 등을 따로 지급했습니다. 산재보험급여를 받았더라도 자동차보험의 책임보험에서 산재가 다루지 않는 손해 항목을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공단이 구상할 수 있는 범위를 계산할 때 항소심은 보험급여에서 근로자의 과실 몫을 먼저 빼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이 방식은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한 산재보험금, 손해배상금에서 전액 공제되는 게 맞을까?에서 다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산재보험급여를 받으면 자동차보험사에 따로 청구할 수 있는 돈이 있나요?
이 사건 항소심은 산재보험의 요양급여가 향후치료비와 보완 관계가 없고, 위자료는 산재보험급여로 전보되지 않는 손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향후치료비와 위자료 청구권은 근로자에게 남아 있다고 했고, 실제로 보험사는 근로자에게 향후치료비와 장해위자료를 지급했습니다.

Q. 근로복지공단은 사고 차량의 자동차보험사에 구상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책임보험자에게 가지는 직접청구권은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별개의 권리이므로, 책임보험자는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의 제3자에 포함됩니다. 공단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정한 책임보험 한도 안에서 구상합니다.

Q. 보험사가 근로자에게 먼저 준 위자료는 공단의 구상금에서 빠지나요?
피해자의 손해가 책임보험 한도 이내라면 빠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보험사가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하므로, 위자료를 지급해도 위자료 채권만 소멸하고 공단이 대위하는 일실수입 채권은 그대로 남는다고 했습니다.

Q. 손해가 책임보험 한도를 넘으면 어떻게 되나요?
보험사는 한도까지만 배상하면 됩니다. 이때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이 산재보험급여와 보완 관계에 있지 않다면, 그 돈은 공단에 지급할 책임보험금에서 공제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부상 손해가 한도 1,500만 원을 넘어, 보험사가 근로자에게 준 향후치료비 공제가 인정되었습니다.

Q. 사업주 소유 차량이면 사업주 과실만큼 공단 몫이 줄어드나요?
이 사건 항소심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사업주가 산재보험 가입자이면서 자동차보험의 피보험자이므로 보험사는 사업주에게 구상할 수 없고, 사업주의 과실을 이유로 공단의 구상 범위를 줄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확인/체크리스트 (실용적 행동 지침)

  1. 사고 차량의 소유자와 자동차보험 가입 내역(책임보험 포함)을 확인합니다.
  2.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별표 1·2에 따라 부상 등급과 후유장애 등급, 각 한도금액을 확인합니다. 상해가 여러 개라면 병급 규정이 적용되는지도 봅니다.
  3. 산재보험급여로 보상받은 항목(치료비, 휴업급여, 장해급여)과 그렇지 않은 항목(위자료, 향후치료비 등)을 나누어 정리합니다.
  4. 자동차보험사가 이미 지급한 돈이 있다면 지급일과 항목별 금액을 확인합니다.
  5. 손해가 부상·후유장애 한도를 넘는지, 한도 이내인지 항목별로 비교합니다.

이 글은 산재보험 · 구상금 · 근로복지공단 · 책임보험 · 대인배상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칼럼은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이 글을 쓴 사람
강만하
법률사무소 청담 사무국장 · 17년간 교통사고·산재사고 보상, 송무, 보험금 분쟁 해결 업무 담당

보험금 지급거절과 분쟁 사건을 실제 사례와 판례로 해설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청구 현장에서 쌓은 판단 기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