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치료받다 숨졌다면, 대인배상Ⅰ은 최소 얼마를 보장할까 — 사망·부상 하한을 더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교통사고 책임보험(대인배상Ⅰ)은 피해자에게 실제로 발생한 손해를 한도 안에서 보상합니다. 피해자 과실이 크면 그만큼 손해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피해자 쪽 과실이 90%에 이르는 사고라면 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 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은 사망과 부상 각각에 ‘최소한 이만큼은 지급한다’는 하한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로 다쳐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진 경우에는 하한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2025. 3. 13. 선고 2024다238217 판결에서 이 경우 사망 하한과 부상 하한을 더한 금액만큼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처음으로 해석했습니다.

사건 개요 — 신호대기 중 차로를 바꾼 오토바이

2017. 10. 31. 낮 12시 20분경 경북 포항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와 소형 화물차가 충돌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2차로에서 앞차 약 8대를 따라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화물차가 약 26m 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좌회전 전용인 1차로로 차로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약 0.93초 뒤 1차로를 달리던 화물차와 부딪혔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두개골 골절 등을 입고 치료를 받다가 2019. 12. 19. 사망했습니다.

화물차는 책임보험(대인배상Ⅰ)에만 가입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족은 오토바이 운전자 본인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차상해 특약(피보험자 1인당 최고 2억 원)으로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무보험차상해 보험사와 대인배상Ⅰ 보험사는 돈을 어떻게 나눠 내나요?

보험사들이 가입한 ‘자동차보험구상금분쟁심의에 관한 상호협정’ 시행규약에 따릅니다. 이 규약은 무보험차상해 보험사와 상대 차량의 대인배상Ⅰ 보험사가 다를 때, 무보험차상해 보험사가 대인배상Ⅰ 부분까지 포함해 피해자에게 먼저 보험금을 지급하고, 그중 대인배상Ⅰ 해당액을 대인배상Ⅰ 보험사에 청구해 정산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청구를 받은 대인배상Ⅰ 보험사는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합니다.

1심 판결에 나타난 무보험차상해 약관도 같은 구조입니다. 보험금을 산출한 뒤 ‘대인배상Ⅰ에 의하여 지급될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하고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같은 손해를 두 번 보상하지 않도록, 대인배상Ⅰ 몫은 상대 차량 보험사가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측 보험사는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화물차 측 과실을 20%로 보고 화물차 보험사에 대인배상Ⅰ 해당액 174,430,750원을 청구했습니다. 화물차 보험사는 2018. 3. 21.부터 2020. 4. 29.까지 이 금액을 지급했습니다.

화물차 보험사는 왜 돈을 돌려달라고 했나요?

화물차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다는 다른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이 화물차 운전자와 보험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대구지방법원은 2022. 11. 11. 화물차 운전자가 사고를 피하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그러자 화물차 보험사는 대인배상Ⅰ 보험금을 낼 의무가 없었는데도 지급했다며, 오토바이 운전자 측 보험사에 174,430,750원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1심과 항소심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10. 선고 2022가단5385303)은 화물차 보험사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화물차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다는 선행 판결의 판단이 불합리하지 않으므로 대인배상Ⅰ 지급의무가 없고, 따라서 174,430,750원 전부를 돌려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4. 17. 선고 2023나41651)은 새로 제출된 교통사고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화물차 운전자에게도 10%의 과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화물차가 시속 약 37.3km로 달리다가 오토바이가 1차로에 완전히 들어온 직후 부딪혔고, 사고 직전 제동할 여지가 있었는데도 사고 뒤에야 제동을 시작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항소심은 이렇게 계산했습니다. 과실 20%를 전제로 받은 174,430,750원 가운데 실제 과실 10%에 해당하는 절반, 즉 87,215,375원은 정당하게 받은 돈이고, 나머지 87,215,375원만 돌려주면 된다는 것입니다.

두 보험사 사이에 과실비율 합의가 성립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항소심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피해자의 차량 수리비를 두고 화물차 측 과실을 20%로 정한 조정결정은 소송물이 다르고, 시행규약에 따라 14일 안에 일단 지급한 것만으로 과실비율에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은 무엇을 바로잡았나요?

대법원은 과실비율을 절반으로 나눈 단순 계산이 잘못이라며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핵심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2항 제1호의 해석이었습니다.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책임보험금을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구분 상한(본문) 하한(단서)
사망(제1호) 1억 5,000만 원 범위의 손해액 손해액이 2,000만 원 미만이면 2,000만 원
부상(제2호) 별표 1(상해 등급별 금액) 범위의 손해액 손해액이 진료비 해당액에 못 미치면 별표 1 금액 범위에서 진료비 해당액

대법원은 본문이 자동차보유자의 이익을 고려한 상한이고, 단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하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상한 사람이 치료 중 그 부상으로 사망한 경우에 대해, 같은 조 제2항 제1호는 ‘제1항 제1호와 제2호에 따른 한도금액의 합산액 범위에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한도금액의 합산액’에 상한의 합산액뿐 아니라 하한의 합산액도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사망 하한(2,000만 원)과 부상 하한(진료비 해당액)은 각각 사망이나 부상 중 하나만 생긴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다쳐서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두 하한을 더한 금액만큼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부상 후 사망한 피해자의 책임보험금은 다음과 같이 정해집니다.

  1. 피해자에게 발생한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정신적 손해를 산정합니다.
  2. 그 손해액이 ‘사망 상한 + 부상 상한’을 넘으면 상한 합산액까지만 지급합니다.
  3. 그 손해액이 ‘사망 하한 + 부상 하한’에 못 미치면 하한 합산액을 지급합니다.

항소심은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도, 이 상한과 하한도 따지지 않은 채 받은 돈의 절반을 책임보험금으로 보았기 때문에 법리를 오해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대법관 3명의 일치된 의견이었습니다.

환송 후 판결은 얼마로 계산했나요?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 11. 13. 선고 2025나6114 판결에서 대법원의 법리대로 다시 계산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의 과실은 이번에도 10%로 보았습니다.

구분 손해(과실 적용 전) 화물차 과실 10% 적용 후 하한
부상 치료비 154,430,750원 + 휴업손해 52,644,820원 20,707,557원 3,000만 원
사망 일실수입 16,356,110원 (+ 위자료 500만 원) 6,635,611원 2,000만 원

부상 하한은 원래 진료비 해당액인데, 이 사건 치료비는 1억 5,443만 원이 넘어 별표 1 금액을 넘었습니다. 그래서 부상 하한은 별표 1의 1급 금액(뇌손상으로 신경학적 증상이 고도인 상해) 3,000만 원이 되었습니다.

과실을 적용한 손해액은 사망과 부상 모두 각 하한에 못 미쳤습니다. 따라서 화물차 보험사가 부담할 책임보험금은 하한 합산액인 5,000만 원(= 2,000만 원 + 3,000만 원)이 되었습니다. 이미 지급한 174,430,750원에서 5,000만 원을 뺀 124,430,750원을 오토바이 운전자 측 보험사가 돌려줘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단계 화물차 보험사가 부담할 대인배상Ⅰ 돌려받을 금액
1심 0원(과실 없음) 174,430,750원
항소심 87,215,375원(받은 돈의 절반) 87,215,375원
대법원 손해액과 상·하한을 따져 다시 계산하라며 파기환송 —
환송 후 항소심 5,000만 원(하한 합산액) 124,430,750원

실무적으로 이 판결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필자가 이 판결에서 가장 먼저 보는 부분은 피해자 쪽 과실이 90%여도 대인배상Ⅰ에서 5,000만 원이 보장되었다는 점입니다. 과실을 적용한 손해액은 사망 약 664만 원, 부상 약 2,071만 원으로 합계 2,734만 원 남짓이었지만, 사망 하한과 부상 하한을 더한 5,000만 원이 책임보험금이 되었습니다.

교통사고로 다쳐 치료를 받다 사망한 경우, 유족 입장에서는 다음 순서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 사망과 부상을 나누어 계산했는지: 이 판결에 따르면 부상 후 사망한 경우의 책임보험금은 사망 몫과 부상 몫을 각각 따진 뒤 더하는 구조입니다.
  • 부상 하한이 얼마인지: 부상 하한은 진료비 해당액이지만, 상해 등급별 한도를 넘을 수 없습니다. 이 사건처럼 치료비가 많으면 상해 등급의 한도금액이 하한이 됩니다.
  • 상대 차량이 책임보험만 가입했는지: 그렇다면 내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차상해 특약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이때 대인배상Ⅰ 몫은 상대 보험사가 최종적으로 부담합니다.

부상 등급별 한도는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상해급수표, 1급부터 14급까지 뭐가 다를까에서, 무보험차상해는 가해자가 무보험이라면? 무보험차상해담보로 보상받는 법과 놓치기 쉬운 함정에서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책임보험 한도를 넘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린 다른 판결은 산재 처리된 스카이차 추락사고, 보험사가 먼저 준 위자료는 공단 몫에서 빠질까에서 정리했습니다.

보험사가 유족에게 지급한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도 있나요?

이 사건은 보험사끼리의 정산 다툼이었지만, 유족 입장에서 짚어 둘 부분이 있습니다. 환송 전후 항소심은 보험사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무보험차상해 보험사가 채무가 없는데도 있다고 잘못 알고 유족에게 지급한 부분은 유족에게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보험사가 실제로 유족에게 반환을 청구했는지는 판결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돈이 ‘합의’로 지급되었다면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민법 제733조는 화해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고, 화해 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을 때만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 이 조항이 적용된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법률신문 보도(2001. 10. 12.)에 따르면, 1999년 2월 버스에 치여 숨진 보행자의 아버지에게 버스 공제사업자가 손해배상 합의금 약 6,5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버스 운전자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공제사업자는 합의금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졌고, 대법원도 2001. 9. 25. 선고 2001다47887 판결로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손해배상 합의가 서로 양보해 분쟁을 끝내기로 한 민법상 화해계약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운전자의 과실 유무는 분쟁의 전제가 된 사항이 아니라 화해의 대상인 분쟁 그 자체이므로, 나중에 운전자가 무과실로 밝혀졌다는 착오를 이유로 합의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보험사가 지급한 돈을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그 돈이 어떤 근거로 지급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착오로 지급된 보험금인지, 서로 양보해 분쟁을 끝내기로 한 합의금인지가 중요합니다. 이 사건 판결문들에는 유족과 보험사 사이에 합의서가 작성되었는지 나오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교통사고로 치료받다 사망하면 대인배상Ⅰ은 최소 얼마를 보장하나요?
대법원은 이 경우 사망 하한 2,000만 원과 부상 하한(진료비 해당액, 단 상해 등급별 한도 범위)을 더한 금액만큼은 책임보험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2,000만 원과 부상 1급 한도 3,000만 원을 더한 5,000만 원이 책임보험금이 되었습니다.

Q. 피해자 과실이 90%여도 책임보험금을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 차량 과실은 10%로, 과실을 적용한 손해액은 2,734만 원 남짓이었지만 하한 합산액 5,000만 원이 책임보험금으로 인정되었습니다.

Q. 부상 하한인 ‘진료비 해당액’에 한도가 있나요?
있습니다. 시행령은 진료비 해당액을 별표 1에서 정한 상해 등급별 금액의 범위에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치료비는 1억 5,443만 원이 넘었지만, 1급 한도인 3,000만 원이 부상 하한이 되었습니다.

Q. 상대 차량이 책임보험만 가입했다면 어디에 청구하나요?
내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차상해 특약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유족은 오토바이 운전자 본인의 무보험차상해 특약으로 보험금을 받았고, 그 보험사가 대인배상Ⅰ 몫을 상대 차량 보험사에 청구해 정산했습니다.

Q. 보험사가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나중에 돌려달라고 할 수 있나요?
이 사건 환송 전후 항소심은 보험사가 채무가 없는데도 있다고 잘못 알고 유족에게 지급한 부분은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판단했습니다. 다만 민법 제733조에 따라 화해계약(합의)은 원칙적으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버스 사고로 숨진 보행자의 유족에게 지급된 합의금을, 나중에 운전자가 무죄를 받았다는 이유로 돌려받을 수는 없다고 본 원심을 확정했습니다(2001다47887). 그 돈이 착오로 지급된 보험금인지 합의금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보험사끼리 정산한 과실비율은 나중에 바뀔 수 있나요?
이 사건 항소심은 다른 피해자의 수리비에 관한 조정결정이나 시행규약에 따른 지급만으로는 과실비율에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법원이 과실비율을 다시 판단했습니다. 처음에 20%로 정산된 화물차 측 과실은 소송에서 10%로 인정되었습니다.

확인/체크리스트 (실용적 행동 지침)

  1. 사고 후 치료 중 사망했다면, 사망 몫과 부상 몫의 책임보험금을 각각 어떻게 산정했는지 확인합니다.
  2. 부상에 대한 상해 등급(별표 1)과 그 한도금액, 실제 치료비(진료비 해당액)를 확인합니다.
  3. 과실을 적용한 손해액이 ‘사망 하한 2,000만 원 + 부상 하한’에 못 미치는지 비교합니다.
  4. 상대 차량의 보험 가입 범위(대인배상Ⅰ만 가입했는지)를 확인하고, 내 보험의 무보험차상해 특약 가입 여부를 확인합니다.
  5. 보험금 지급 시 적용된 과실비율과 그 근거를 서면으로 받아 둡니다.
  6. 보험금을 받으면서 합의서나 합의결정서를 작성했다면 그 내용과 사본을 보관합니다.

이 글은 대인배상 · 책임보험 · 무보험차상해 · 과실비율 · 오토바이사고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칼럼은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이 글을 쓴 사람
강만하
법률사무소 청담 사무국장 · 17년간 교통사고·산재사고 보상, 송무, 보험금 분쟁 해결 업무 담당

보험금 지급거절과 분쟁 사건을 실제 사례와 판례로 해설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청구 현장에서 쌓은 판단 기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