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축구·동호회 운동 중 상해, 손해배상 청구 가능할까 — 배상책임 판단 기준

동호회 축구나 조기축구를 하다가 다른 참가자와 부딪혀 다쳤다면, 많은 분들이 “상대방 때문에 다쳤으니 당연히 배상받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스포츠 경기 중 발생한 신체접촉은 그 종목에 원래 내재된 위험으로 보고, 상대방의 행위가 지나치게 무모하거나 규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그 부상이 사지마비에 이르는 중한 것이었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03596 판결은 이 기준을 정면으로 다룬 사건입니다.

사건 개요 — 조기축구 경기 중 골키퍼와 공격수의 충돌

이 사건의 원고는 조기축구회 경기에서 골키퍼를 맡았고, 피고는 상대 팀 공격수였습니다. 경기 중 상대 팀 선수가 골문 방향으로 센터링을 한 상황에서, 원고는 공을 쳐내기 위해 왼쪽 후방으로 손을 뻗으며 다이빙 점프를 했습니다. 그런데 공은 원고의 머리 위를 지나가 원고는 공을 쳐내지 못했고, 그 순간 공을 쫓아 움직이던 피고와 착지 중이던 원고가 부딪혔습니다. 원고의 머리와 피고의 허리가 부딪히는 충격으로 원고는 목척수 손상 등 상해를 입었고, 그 결과 사지마비로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동호인들의 친목 경기에서 일어난 사고치고는 대단히 중한 결과였습니다.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단

이 사건이 까다로웠던 이유는 1심과 2심의 결론이 정반대였기 때문입니다.

1심은 피고에게 책임이 없다고 봤습니다. 골키퍼인 원고가 스스로 점프해 착지하는 동선을 조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공을 선점하려는 두 선수의 신체접촉은 축구 경기에서 통상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이유였습니다. 피고가 공을 향해 달려가다가 멈추지 못한 것이라 해도, 부딪힐 것이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을 향한 정상적인 플레이를 멈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축구 경기의 성질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2심(원심)은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피고가 골키퍼의 상황과 움직임에 유의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할 주의의무가 있었는데도 빠른 속력으로 무모하게 달려가 충돌했고, 피고가 건장한 체격(키 178cm, 몸무게 100kg 이상)이라 충돌 시 충격이 클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며, 이 경기가 격렬한 대회나 시합이 아니라 동호회 회원들 간 친목 경기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사회적 상당성이라는 기준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뒤집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파기환송). 핵심 법리는 이렇습니다.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다른 참가자가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규칙을 준수하고 다른 참가자의 생명·신체 안전을 확보해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 즉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런데 권투나 태권도처럼 상대에 대한 가격이 이루어지는 종목이나, 축구·농구처럼 다수의 선수가 좁은 공간에서 신체접촉을 주고받으며 승부를 겨루는 종목은 애초에 부상 위험이 경기 자체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런 종목에 참가하는 사람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의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참가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안전배려의무를 다했는지는 경기 종류와 위험성, 당시 경기 진행 상황, 경기규칙 준수 여부, 규칙을 위반했다면 그 규칙의 성질과 위반 정도, 부상 부위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되, 그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풀어서 말하면, 단순히 부딪혀서 다쳤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에게 고의성이 드러나는 반칙이나 경기규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다친 쪽에서 증명해야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사건에 적용하면, 공의 궤적과 두 선수의 진행 방향, 충돌 지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충돌은 골키퍼와 공격수가 날아오는 공을 먼저 잡기 위해 경합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축구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피고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다가 충돌했다 해도, 이는 공을 선점하려는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지 규칙을 위반했다거나 위법한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원고가 결과적으로 중한 상해를 입었다는 사정은 이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실무자의 시각에서 — 이 판례가 소비자에게 의미하는 것

실무적으로 보면, 이 판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결과의 중대함”과 “책임의 유무”를 법원이 철저히 분리해서 본다는 점입니다. 사지마비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있었음에도 대법원은 그 결과가 아니라 충돌 당시의 상황이 통상적인 경기 진행 범위 안에 있었는지만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다친 당사자 입장에서는 야박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결론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든 스포츠 참가자가 상대방의 부상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게 되어 애초에 신체접촉이 있는 스포츠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워진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깔려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소비자가 챙겨야 할 실질적인 문제가 나옵니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상대방에게 배상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가해자 쪽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도 보상받을 여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법적으로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 그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애초에 법적 책임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면 보험금이 나올 근거도 없습니다. 결국 동호회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다쳤을 때 상대방이나 상대방의 보험에 기대기보다 본인의 상해보험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인 대비책입니다.

확인/체크리스트 — 동호회 스포츠 활동자가 챙겨야 할 것

  1. 신체접촉이 있는 종목이라면 본인 상해보험 가입 여부부터 확인하세요. 축구·농구·족구 등 동호회 스포츠에서 다쳤을 때 상대방에게 배상받을 수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제한적입니다.
  2. 사고 당시 상황은 가능한 한 기록해두세요. 목격자 증언, 동영상 등은 상대방의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을 명백히 벗어난 예외적인 경우(규칙을 크게 위반한 반칙, 고의성이 드러나는 행위 등)였는지를 다툴 때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3.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해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배상책임보험은 법적 책임이 있어야 작동하는 구조라는 점을 알아두세요.
  4. 중한 부상일수록 법적 책임 판단은 더 신중해집니다. 부상이 심하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의 책임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두면, 사고 이후 대응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동호회 차원의 안전 수칙 준수도 중요합니다. 격렬한 신체접촉이 예상되는 경기일수록 규칙을 지키는 것 자체가, 사고 발생 시 책임 판단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안전배려의무 · 사회적상당성 · 스포츠사고 ·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칼럼은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이 글을 쓴 사람
굿보상닷컴
손해사정법인을 거쳐 현재 법률사무소 소속 · 보험 실무 17년

네이버 지식iN에서 ‘굿보상닷컴’으로 보험 상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험금 지급거절과 분쟁 사건을 실제 사례와 판례로 해설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청구 현장에서 쌓은 판단 기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