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분쟁 사례입니다. 조기축구회 경기에서 골을 다투다 상대편 선수와 부딪혔습니다. 한 사람의 허리와 다른 사람의 머리가 충돌했고, 상대 선수는 목척수 손상으로 사지마비, 지체장애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결과만 보면 참혹한 사고입니다. 다친 쪽의 손해는 명백하고, 부딪힌 상대방도 특정됩니다. 그렇다면 부딪힌 사람은 배상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가 가입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이 배상금을 지급하게 될까요.
직관과 달리, 답은 “원칙적으로 아니다”입니다.
결과가 아니라 행위를 본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하 일배책)은 피보험자에게 법률상 배상책임이 발생했을 때 작동합니다. 그리고 법률상 배상책임, 즉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은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가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고, 그 행위가 위법해야 합니다. 스포츠 사고에서는 바로 이 지점이 문제됩니다. 결과가 아무리 무거워도, 행위가 경기의 정상적인 일부였다면 책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 기준을 “사회적 상당성”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습니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03596 판결 등). 축구나 농구처럼 밀집된 신체접촉으로 승부를 겨루는 경기에는 부상 위험이 경기 자체에 내재되어 있고, 참가자는 그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뛰어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경기 중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 안에 있었다면 — 즉 그 종목에서 통상 일어날 수 있는 플레이였다면 — 상대가 다쳤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가 “경기의 일부”인가
물론 경기장 안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경기의 종류와 위험성, 당시 경기 진행 상황, 경기규칙 준수 여부, 부상 부위와 정도 같은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실무적으로 갈림길은 대략 이렇게 그려집니다.
- 공을 다투는 정상적인 경합, 통상적인 몸싸움, 규칙 안의 태클 → 사회적 상당성 범위 안. 배상책임 불성립, 따라서 보험금 지급 대상도 아님
- 공과 무관한 가격 행위, 경기 흐름상 불필요한 과도한 공격, 명백한 규칙 위반을 수반한 위험한 플레이 → 사회적 상당성을 벗어남. 배상책임 성립, 일배책 지급 사유
서두의 조기축구 사례처럼 골을 다투는 과정의 충돌이라면, 결과가 사지마비라는 중대한 장해였더라도 그 자체로는 “불운한 사고”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으면, 책임을 전제로 하는 일배책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위로금의 함정
여기서 앞선 누수 편과 같은 함정이 반복됩니다. 같은 팀도 아니고 매주 얼굴을 보는 사이에, 상대가 크게 다쳤는데 나 몰라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치료비에 보태라고 위로금을 건네는 일이 많고, 인간적으로는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법률상 책임 없이 지급한 위로금은 보험이 말하는 배상금이 아닙니다. “먼저 물어주고 나중에 보험으로 돌려받자”는 순서는,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 사안에서는 돌려받을 곳이 없는 지출이 됩니다.
실무자의 눈으로
실무에서 스포츠 사고 배상 문제를 검토할 때 제가 우선 확보하려는 것은 진단서가 아니라 그 순간의 사실관계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플레이 중에, 규칙 위반이 있었는지 — 이것이 사회적 상당성 판단의 재료이고, 결국 보험금 지급 여부까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이 재료가 급속히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목격자의 기억은 흐려지고, 심판이 없는 동호회 경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고 직후에 경기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해두고, 함께 뛴 사람들의 연락처를 받아두고, 촬영 영상이 있다면 확보해두는 것. 다투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해자든 피해자든 나중에 사실관계를 놓고 소모전을 벌이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법리는 피해자 입장에서도 알아둘 가치가 있습니다. 상대에게 배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불운한 사고”로 정리되는 경우, 내 치료비는 결국 내 보험 — 실손보험이나 상해보험 — 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배상 문제와 내 보험 청구는 별개의 트랙이라는 것을 알면, 받을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게 됩니다.
스포츠를 즐기는 보험 소비자라면 — 확인할 것들
- 다쳤다는 사실과 배상책임은 별개입니다. 정상적인 경기 중 신체접촉 사고는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고, 그 경우 일배책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 사고 직후 사실관계를 기록하세요. 경기 상황, 접촉 경위, 규칙 위반 여부, 목격자, 영상. 사회적 상당성 판단의 핵심 재료이며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렵습니다.
- 책임이 성립할 만한 사고라면 임의로 합의하지 마세요.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사안은 보험사에 먼저 사고 접수를 하고 협의 절차를 밟는 것이 안전합니다. 책임 성립 전에 지급한 위로금은 보험으로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 피해자가 된 경우, 내 보험을 함께 챙기세요. 상대의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사고라도 본인의 실손·상해보험 청구는 가능합니다. 두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하세요.
- 동호회 활동이 잦다면 가입 여부를 미리 확인하세요. 일배책은 특약 형태로 이미 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융감독원 파인(FINE) 보험가입조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단이 어려운 사고는 함께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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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