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있었던 두 사례입니다. 한 사람은 톱질을 하다 손목을 다쳤고, 다른 사람은 집에서 선반에 부딪혀 다리가 찢어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병원에서 상처를 꿰맸고, 진단서에는 똑같이 “창상봉합술”이라는 치료명이 적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상해수술비 특약에 가입되어 있었고,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결과는 갈렸습니다. 한 사람은 수술비를 받았고, 다른 사람은 거절당했습니다. 차이를 만든 것은 상처의 크기도, 병원의 규모도 아니었습니다. 꿰매기 전에 죽거나 오염된 조직을 잘라냈는가 — 의무기록 한 줄에 적히는 “변연절제” 유무였습니다.
납득이 잘 안 되실 겁니다. 그런데 이 낯선 결론이야말로 수술보험금 분쟁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보험약관이 말하는 “수술”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그 단어가 아닙니다. 진단서에 “~술”이라고 적혀 있어도, 의사가 수술이라고 불러도, 약관의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보험금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 문은 세 개입니다. 순서대로 열어보겠습니다.
관문 1 — 내 약관은 “수술”을 어떻게 정해놓았나
수술비 분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치료 내용이 아니라 약관의 유형입니다. 크게 세 갈래입니다.
정의형 약관.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의사의 관리 하에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의료기구를 사용하여 생체에 절단(특정 부위를 잘라 내는 것), 절제(특정 부위를 잘라 없애는 것)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을 수술로 정의하고, 흡인(주사기 등으로 빨아들이는 것), 천자(바늘이나 관을 꽂아 체액·조직을 뽑아내거나 약물을 주입하는 것), 신경차단은 명시적으로 제외합니다. 이 유형이라면 다음 관문(절단·절제 판단)으로 넘어갑니다.
열거형 약관. “수술분류표에서 정한 수술”만 보장하는 형태입니다. 이 유형은 훨씬 엄격합니다. 대법원은 수술분류표에 열거된 수술은 한정적 열거이며, 비슷한 질병을 치료하는 유사한 수술이라고 해서 확장 해석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9다202290 판결). 실제로 피부의 양성종양을 제거한 환자가 수술비를 청구했지만, 수술분류표의 “피부, 유방의 수술” 항목에 그 수술이 열거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된 사례가 있습니다. 열거형에서는 목록에 없으면, 아무리 수술다운 수술이라도 끝입니다.
정의가 없는 약관. 의외로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약관에 수술의 정의 조항이 없는 공제계약에서, 항암제 투여를 위해 몸에 기구를 심는 케모포트삽입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7다229758 판결). 정의가 없으면 “수술”을 사전적 의미와 사회통념에 따라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대비가 있습니다. 같은 케모포트삽입술이라도 정의형 약관에서는 “천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절이 유지됐습니다. 같은 치료가 약관 문구 하나로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는 것 — 이것이 첫 번째 관문의 무게입니다.
관문 2 — 그 치료는 “절단·절제 등 조작”인가
정의형 약관이라면 이제 치료 행위 자체를 봅니다. 기준 문구는 “절단, 절제 등의 조작“입니다. 이 “등”이라는 한 글자를 두고 십수 년간 분쟁이 쌓여왔습니다.
법원 판단을 모아보면 경계선이 그려집니다. 갑상선 결절을 태워 없애는 고주파 열치료술, 몽고반점을 파괴해 제거하는 레이저 치료, 자궁근종을 괴사시키는 용해술, 티눈 조직을 얼려 파괴하는 냉동응고술 — 모두 칼을 대지 않았지만 수술로 인정됐습니다. 반면 요추에 바늘을 꽂아 항암제를 주입하는 시술, 레이저로 신생혈관을 응고시키는 범망막 광응고술은 각각 천자·신경차단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수술에서 제외됐습니다.
이 판단들을 관통하는 원칙을 정리한 것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제2021-8호 결정입니다. 서두의 창상봉합술 사례가 바로 이 사건입니다. 분조위는 “절단·절제냐 아니냐를 겉모습만 보고 형식적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치료행위의 실질을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상처 부위의 죽거나 오염된 조직을 수술용 가위로 잘라내는 변연절제는 실질이 “절제”이므로, 이를 동반한 창상봉합술은 약관상 수술이라는 결론입니다. 반대로 변연절제 없이 벌어진 상처를 꿰매기만 했다면, 잘라낸 것이 없으니 수술이 아니라는 판단이 유지됩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단서가 하나 나옵니다. 변연절제 동반 여부는 환자의 기억이 아니라 서류로 증명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변연절제를 포함한 창상봉합술에 별도의 수가코드(예: SC022)를 부여하고, 병원이 발급하는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에는 이 코드가 “수술료” 항목에 기재됩니다. 거절 통보를 받았더라도 이 서류 한 장에서 결론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관문 3 — 치료가 “직접 목적”인가
마지막 관문은 목적입니다. 약관은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수술만 보장합니다. 여기서 탈락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관상동맥조영술입니다.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환자가 확정진단을 위해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았습니다. 피부를 뚫고 혈관에 관을 넣는, 누가 봐도 간단치 않은 침습적 시술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시술이 질환의 “치료”가 아니라 “진단”을 목적으로 하고, 방법 면에서도 절단·절제가 아니라 천자에 가깝다고 보아 수술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51643 판결). 몸에 관을 삽입하는 부담스러운 시술이라도, 목적이 진단이면 수술보험금의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실무자의 눈으로
실무에서 수술비 거절 건을 검토할 때 제가 가장 먼저 펴보는 서류는 진단서가 아니라 약관의 수술 정의 조항과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입니다. 이 두 장을 나란히 놓으면 세 관문 중 어디에서 걸렸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다퉈볼 만한 것인지가 대체로 보입니다. 거절 사유가 “약관상 수술에 해당하지 않음”이라는 한 줄로 온다면, 그것은 결론이지 근거가 아닙니다. 어느 관문에서, 왜 탈락했는지를 물을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습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이 분쟁 구조 자체에 짚을 점이 있습니다. 약관의 “절단, 절제”라는 문언은 메스로 째고 잘라내던 전통 외과수술 시대의 언어입니다. 그런데 의료는 칼 대신 레이저와 고주파, 냉동과 약물로 진화해 왔습니다. 낡은 문언과 새로운 의료 사이의 간극을 법원과 분조위가 “실질을 보라”는 해석으로 한 건씩 메워온 것이 지난 십수 년의 판례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수술보험금 청구를 주요 분쟁 유형으로 꼽고 소비자 유의사항을 반복해서 안내하는 것도 이 간극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방증입니다. 문언이 의료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한, 이 유형의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보험금을 청구하기 전에 — 확인할 것들
- 약관에서 “수술의 정의” 조항부터 찾으세요. 정의형인지, 수술분류표 열거형인지, 정의 자체가 없는지에 따라 판단 기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의가 없는 오래된 계약이라면 오히려 넓게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 열거형이라면 수술분류표를 직접 확인하세요. 받은 수술이 분류표 항목에 있는지가 전부입니다. 유사한 수술이라는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대법원 2019다202290).
-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를 발급받아 “수술료” 항목을 확인하세요. 창상봉합술이라면 변연절제 포함 수가코드(SC022 등)가 수술료로 기재되어 있는지가 지급·거절을 가르는 핵심 증거입니다.
- “~술”이라는 이름에 기대지 마세요. 치료명에 수술·술이 들어가도 흡인·천자·신경차단 방식이거나 진단 목적이면 약관상 수술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칼을 대지 않은 레이저·고주파 치료가 수술로 인정되기도 합니다. 이름이 아니라 실질이 기준입니다.
- 거절 통보를 받았다면 “어느 관문에서 왜 탈락했는지” 서면 근거를 요구하세요. 치료의 실질이 절단·절제에 상응한다면 분조위 제2021-8호의 판단 기준을 들어 다퉈볼 수 있습니다. 판단이 어려우면 함께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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