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통증으로 병원에 갔다가 관상동맥이 좁아진 게 발견되어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면, 당연히 수술비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지점에서 지급 거절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수술’이라는 말과, 보험약관이 정해 놓은 ‘수술’의 정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약관이 말하는 ‘수술’은 따로 있습니다
수술비 특약의 표준적인 정의 조항은 수술을 “생체에 절단·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흡인, 천자(穿刺), 신경차단”은 명시적으로 수술에서 제외합니다. 메스로 째고 꿰매는 전통적인 외과 수술을 염두에 둔 조항인데, 문제는 최근 의료 기술의 상당수가 이런 방식이 아니라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혈관에 넣어 진행하는 최소침습 시술이라는 데 있습니다.
스텐트 시술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은 손목이나 사타구니의 동맥에 바늘을 찔러 접근한 뒤, 카테터를 관상동맥까지 밀어 넣고 풍선으로 좁아진 부위를 넓히면서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를 남겨두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몸을 절개하거나 조직을 잘라내고 꿰매는 과정이 없습니다 — 시술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천자를 통한 카테터 시술’입니다.
이미 결론이 난 사례: 관상동맥조영술
진단 목적으로 카테터만 넣어 혈관을 촬영하는 관상동맥조영술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 판단이 나와 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2022. 6. 21. 선고 2021나210257 판결)은 관상동맥조영술이 진단을 위한 검사일 뿐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않고, 카테터를 이용한 시술 방식이 약관에서 수술 제외 사유로 명시한 ‘천자’와 유사하다고 보아 수술비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 판단은 대법원(2022. 10. 14. 선고 2022다251643 판결, 상고기각)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치료’인 스텐트 삽입은 다를까요
스텐트 삽입술은 진단이 아니라 치료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관상동맥조영술과 분명히 다릅니다. 그러나 접근 경로와 시술 방식(바늘로 찌르고 카테터를 넣는 과정)은 동일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실제 분쟁의 핵심입니다 — 치료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술로 인정될 수 있는지, 아니면 ‘절단·절제’라는 물리적 조작이 없는 이상 여전히 수술이 아닌지. 다만 스텐트 삽입술 자체를 정면으로 다룬, 공개된 대법원 판례는 이 글을 준비하며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 법리적으로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회색 지대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보험업계의 대응 — 별도 특약의 등장
바로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보험사들은 스텐트 삽입술을 일반 수술비 특약에만 맡겨두지 않고 “관상동맥성형술 및 스텐트삽입술 특약”처럼 이름을 콕 집은 별도 특약으로 따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이 지점을 상담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가입자의 증권에 일반 수술비 특약만 있는지 아니면 이런 별도 특약이 함께 있는지입니다. 별도 특약이 있다면 스텐트 삽입 자체가 보험사고로 명확히 인정되어 분쟁의 여지가 크게 줄어들고, 없다면 관상동맥조영술 판례와 같은 논리로 지급이 거절될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결국 보험사 스스로 “일반 수술비 정의만으로는 스텐트를 포섭하기 애매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셈인데, 그 정리의 부담이 가입자가 어떤 특약을 챙겨 가입했는지에 떠넘겨져 있다는 점은 구조적으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같은 관상동맥 문제라도 협착의 정도 자체가 다툼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상동맥 협착이 20%뿐인데 협심증 진단비를 받을 수 있을까 칼럼에서 다룬 진단비 분쟁과, 이 글에서 다루는 수술비 분쟁은 서로 다른 쟁점이지만 같은 검사(관상동맥조영술) 결과를 두고 벌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수술’의 정의를 둘러싼 다른 사례는 같은 상처를 꿰맸는데, 왜 한 사람만 수술비를 받았을까 칼럼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확인/체크리스트
- 보험증권에서 ‘수술비’ 특약 외에 ‘관상동맥성형술 및 스텐트삽입술’ 같은 명칭의 별도 특약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 시술기록지·진단서에 시술의 목적(치료 vs 진단)과 협착 정도(%)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별도 특약 없이 일반 수술비만으로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면, 진단이 아니라 치료가 목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 거절 통지서에 인용된 약관 조항과 근거를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하면 금융분쟁조정을 검토합니다.
이 글은 스텐트삽입술 · 수술의 정의 · 관상동맥조영술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판례는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