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없는데 뇌경색이라고요? — 열공성 뇌경색과 뇌졸중진단비 분쟁

건강검진에서 뇌MRI를 찍었다가 뜻밖의 소견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열공성 뇌경색’입니다. 마비도, 어지럼증도, 아무 증상도 없었는데 영상에는 뇌경색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 소견을 근거로 뇌졸중진단비를 청구하면, 보험사는 십중팔구 거절합니다. “증상이 없는 무증상성 노화 병변이라 진짜 뇌경색이 아니다”라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열공성 뇌경색이 유독 분쟁이 잦은 이유

열공성 뇌경색은 뇌 깊숙한 곳에 혈액을 공급하는 아주 가느다란 혈관(관통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작은 병변입니다. 병변 자체가 작다 보니 증상이 매우 경미하거나, 아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검진 MRI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40대 이후 인구에서 흔히 나타나는 소견입니다.

보험 약관은 대개 ‘뇌경색증(I63)’으로 분류되는 질병을 뇌졸중진단비 보장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열공성 뇌경색은 증상이 없거나 미미하다는 특성 때문에, “이것도 진짜 뇌경색이냐”를 둘러싼 다툼이 유독 잦습니다.

보험사가 거절하는 논리, 크게 세 갈래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거절 사유는 대략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급성이 아니라 오래된(진구성) 병변이라 I63이 아니라 후유증 코드인 I69로 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둘째, “마비나 언어장애 같은 신경학적 결손 증상이 없으니 진짜 뇌경색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셋째, 보험사가 자체 의료자문을 거쳐 진단명 자체를 재해석하는 경우입니다. 병원이 내린 뇌경색(I63) 진단을 죽상경화증(I67.2)이나 단순 영상 이상소견(R90.8) 같은, 진단비 지급 대상이 아닌 코드로 바꿔버리는 방식입니다.

최근 법원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 창원지방법원의 두 판결

2025년 2월 보도된 사건에서는, A씨가 여러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가입자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열공성 뇌경색이 뇌경색증(I63)의 범위에 포함되는지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않다”며, 이런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05. 10. 28. 선고 2005다35226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감정의도 열공성 뇌경색이 뇌경색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한 보험사는 “과거에도 같은 병력이 있었다”는 기왕증 주장을 폈지만, 법원은 그 근거가 판독지뿐이고 실제 영상 원본이 없어 추정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25년 9월 보도된 다른 사건에서는, 흥국화재가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질병분류 코딩지침서의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2016년판에는 “영상검사에서 열공성 뇌경색 소견만 있고 별도 진단이 없다면 단순 이상소견 코드(R90.8)로 분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었지만, 2021년 개정판에서는 그 문구가 삭제됐습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열공성 뇌경색이 I63 코드에서 제외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판결 모두 “약관에 뇌경색증을 급성으로 한정한다는 문구 자체가 없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짚었습니다. 다만 두 사건 모두 아직 1심이고 보험사 측이 항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최종 확정된 결론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같은 쟁점을 다룬 최근 하급심 판단이 잇달아 같은 방향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실무자의 시각에서

실무적으로 보면, 열공성 뇌경색 청구 건에서 가장 자주 보는 장면은 보험사가 병원의 원 진단명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자문의를 통해 다른 코드로 바꿔치는 과정입니다(앞서 다룬 대뇌동맥류 사례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관 어디에도 “급성 뇌경색만 인정한다”는 문구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약관에 없는 요건을 실무 관행으로 슬쩍 얹어서 거절 사유로 쓰는 셈인데, 이는 약관을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확장 해석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영상 소견이 다 뇌경색증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증상이 없다”, “병변이 작다”는 사실만으로 진단 자체를 부정하려는 시도라면, 그 논리가 약관 문언에 실제로 근거하고 있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확인/체크리스트

  1. MRI·MRA 판독지와 진단서 원본을 확보하고, 진단명과 질병분류코드(I63 등)를 정확히 확인합니다.
  2. “무증상”, “경미함”, “만성”을 이유로 거절 통보를 받았다면, 실제 약관에 그런 제한 문구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3.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근거로 진단명을 재해석했다면, 그 자문 회신서 사본을 요청해 근거를 직접 검토합니다.
  4. 여러 보험사에 동시에 가입돼 있다면 각 사별로 개별 대응이 필요합니다 — 한 곳의 결과가 다른 곳에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5. 자체 검토로 해결되지 않으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통한 다툼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뇌혈관질환진단비 · 열공성뇌경색 · 뇌경색증 · 의료자문 · 진단확정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판례는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이 글을 쓴 사람
굿보상닷컴
손해사정법인을 거쳐 현재 법률사무소 소속 · 보험 실무 17년

네이버 지식iN에서 ‘굿보상닷컴’으로 보험 상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험금 지급거절과 분쟁 사건을 실제 사례와 판례로 해설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청구 현장에서 쌓은 판단 기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