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은 몇 년 전 백내장 수술을 받고 입원의료비로 수백만 원을 받았는데, 똑같이 수술한 뒤 청구했더니 거절당했다는 상담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같은 수술인데 왜 결과가 다를까요. (다초점렌즈가 “외모개선 목적”으로 분류돼 재료비 자체가 거절되는 문제는 이미 다른 글에서 다뤘습니다. 이번엔 수술 자체는 인정받아도 그 치료를 ‘입원’으로 청구할 수 있느냐는, 결이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법리인데, 법원 판단마저 엇갈린다
2022년 6월, 대법원은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고 입원의료비 약 684만 원을 청구한 사건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만 이 결정은 정식으로 심리해 새 법리를 제시한 판결이 아니라, 하급심 결론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한 ‘심리불속행 기각’이었습니다. 2심 법원은 “입원확인서 발급이나 낮병동 입원료 지급만으로는 부족하고, 환자의 상태상 자택 치료가 곤란해 의사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고 봤고, 백내장 수술은 대개 시간이 짧고 사후 관찰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원으로 처리됐습니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기, 정반대 결론도 나왔습니다. 한 보험사가 가입자 25명(전체 참여자는 2천여 명 규모의 집단소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023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히려 환자 승소를 확정했습니다. 적용한 법리는 똑같았습니다 — “체류시간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증상·진단·치료 내용을 종합해야 한다”는 기준입니다. 다만 이번엔 법원이 실제 치료 경과를 살펴 입원의 실질을 인정했고, 다초점렌즈 사용도 “안경·콘택트렌즈”와 다르다며 보장 대상으로 봤습니다. 이후 2025년 1월, 137명이 11개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다시 보험사 승소로 결론지었습니다.
즉 “대법원이 기준을 확립했다”기보다는, 같은 법리를 두고도 개별 사건의 진료기록에 입원의 필요성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남아있느냐에 따라 법원 판단 자체가 갈리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이건 가입자 입장에서 더 곤란한 상황입니다. 판례가 한 방향으로 정리됐다면 적어도 예측이라도 가능한데, 지금은 법률 전문가조차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판결이 아니라 ‘통보’였다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전고지 의무화를 발표하며 직접 든 사례가 있습니다. 한 가입자가 2016년 약관 개정(비급여 재료비 불보상 규정 신설)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몰라서 청구를 거절당한 경우입니다. 실제로 2020~2022년 실손보험금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 452건 가운데 33%가 백내장 관련이었고, 평균 미지급 보험금은 961만 원에 달했습니다.
실무적으로 이런 사건을 상담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가입 당시 약관과, 지금 보험사가 적용하는 심사 기준이 같은 선상에 있는지입니다. 그런데 정작 많은 가입자의 약관에는 애초에 “몇 시간 이상 체류”처럼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사후에 정리한 해석 기준이, 가입 당시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잣대로 청구 단계에서 소급하듯 적용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법리 자체보다, 자기 계약이 언제 어떤 기준으로 해석될지 가입자가 전혀 알 길이 없었다는 정보의 비대칭에 있습니다.
규정을 손봐도 반복되는 이유 — 2023년의 실패에서 배울 것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백내장 실손보험금 규모는 2018년 2,553억 원에서 2021년 1조1,528억 원까지 4배 넘게 불어났고, 2022년 1분기(4,570억 원, 역대 최대)를 정점으로 보험사들이 심사를 크게 강화하며 급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늘어난 분쟁을 줄이겠다며 2023년 12월 금융위·금감원이 한 차례 “지급기준 정비”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만 65세 이상, 단초점렌즈 사용, 종합병원급 이상 시행이라는 세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면 추가 서류 없이 수술 필요성을 인정해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단체(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가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근거가 구체적이었습니다. 당시 공동소송 피해자의 92%가 만 65세 미만이었고, 백내장 수술의 77.5%는 종합병원이 아니라 동네 의원에서 이뤄지는데, 정작 정비안은 상급·종합병원 시행분만 구제 대상으로 삼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 시기 40대 백내장 수술 환자는 2010년 3만3,910명에서 2020년 9만834명으로 늘었을 만큼, “65세 이상”이라는 나이 기준 자체가 현실과 어긋나 있었습니다. 이 지적 이후로도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급기준이 까다로워지는 동안, 백내장 수술 건수 자체도 2023년 63만8천 건으로 5년 만에 처음 줄었습니다(전년 대비 13.3% 감소) — 보험금 문제가 실제 의료 이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6년, 달라지는 것 — 그러나 남는 질문
이런 배경 속에서 금융감독원은 2026년 4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했습니다.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분쟁·민원을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분쟁이 잦거나 급증한 치료 항목의 청구 추이와 분쟁 원인을 3개월마다 분석해 공개할 것, 계약 체결·갱신·보험금 청구 각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할 것,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나 분쟁조정 결정으로 지급기준이 바뀌면 즉시 통지할 것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금감원은 조만간 행정지도를 통해 안내할 방침이라고만 밝힌 상태입니다.
이 조치가 자리잡으면 “기준이 바뀐 줄도 몰랐다”는 유형의 억울함은 분명 줄어들 것입니다. 다만 2023년의 사례를 돌아보면,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기준을 알려주는” 절차의 문제를 다룰 뿐, 그 기준 자체가 실제 다수 피해자의 상황과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안내를 더 빨리, 더 자세히 받는다고 해도 그 안내의 결론이 “당신은 구제 대상이 아닙니다”라면, 가입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건 크지 않습니다. 절차적 투명성과 실체적 공정성은 함께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정책은 둘 중 하나씩 번갈아 손보는 모습입니다.
확인/체크리스트
- 백내장처럼 비교적 짧은 수술은 최근 ‘통원’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흔해졌다는 점을 미리 알아둡니다.
- 법원 판단조차 사안별로 엇갈리고 있으므로, 지인의 경험이나 과거 사례만 믿고 결과를 예단하지 않습니다.
- 청구 전에 진료기록에 ‘입원의 필요성'(구체적인 관찰·처치 내용, 왜 자택 치료가 곤란했는지)이 남도록 담당 의료진과 미리 상의해 둡니다.
- 만 65세 미만이거나 동네 의원에서 수술받은 경우, 정부의 “서류 면제” 대상에서 비켜나 있을 수 있으므로 서류를 더 꼼꼼히 준비합니다.
- 지급기준 변경에 대한 사전 안내를 받지 못한 채 거절당했다면, 그 사실 자체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의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백내장 · 입원치료비 · 지급기준변경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판례는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