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치료 받고 보험사 네 곳에 수술비를 청구했는데, 전부 거절된 이유?

‘치수절제술’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이 단어보다는 ‘신경치료’라는 말을 더 자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사실 둘은 같은 치료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막상 진단서나 진료확인서에 ‘치수절제술’이라고 적힌 것을 보면 느낌이 사뭇 달라집니다. ‘절제’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들어 있다 보니 왠지 ‘수술’이 연상되고, 가입해 둔 보험이 있다면 수술비 담보로 얼마간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실제로 이런 기대를 안고 보험사 네 곳에 수술비를 한꺼번에 청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전부 거절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치료를 약관이 말하는 ‘수술’이 아니라 ‘시술’로 판단했고, 그 판단은 대법원까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단어 하나가 아니라 치료의 실질이 기준이 됐다는 점에서, 수술비 특약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사건입니다.

사건 개요 — 신경치료 하나로 네 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다

원고는 상해보험 성격의 보험계약 다섯 건(보험사 네 곳)을 맺고 있었습니다. 2020년 6월, 동탄의 한 치과에서 어금니(하악 우측 제2대구치) 치수침범을 동반한 치관 파절 진단을 받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약 3주에 걸쳐 치수절제술(근관치료 중 신경을 제거하는 단계, pulpectomy)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 치수절제술이 약관상 ‘수술’에 해당한다고 보고, 네 개 보험사에 상해수술비·외모특정상해수술비·골절수술비·골절진단비 명목으로 합계 약 1,140만 원의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보험사들은 치수절제술이 ‘시술’일 뿐 약관이 정한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절했고, 원고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그중 한 보험사는 골절진단비 30만 원 부분에 대해서는 지급 의무를 인정했는데, 이는 수술 해당 여부와 무관하게 진단 자체에 대한 별도 담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소액사건(청구액이 소액사건심판법상 기준을 넘지 않는 사건)으로 진행되어 1심(수원지방법원 오산시법원)과 2심(수원지방법원 항소부)을 거쳤고, 대법원까지 상고됐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실제로는 2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된 사건

먼저 짚어둘 부분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치수절제술이 수술인지 아닌지에 대해 직접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소액사건은 법령 위반이나 헌법 위반 등 정해진 사유가 아니면 상고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이 사건은 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고가 기각됐습니다. 즉 실질적인 판단은 2심(원심)에서 이미 끝나 있었고, 대법원은 그 결론을 그대로 확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 판단 근거는 모두 2심 판결문의 내용입니다.

2심 법원은 다음 네 가지 근거를 들어 치수절제술이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약관이 정한 수술의 개념 자체입니다. 이 사건 약관들은 수술을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면허를 가진 자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로서,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의료기구를 사용하여 생체에 절단·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흡인·천자 등의 조작이나 신경 차단, 미용성형·피임 목적의 수술, 생검·자궁경검사 같은 진단용 수술은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치과의사도 처음부터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자격자로 명시돼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이 사건의 쟁점은 “치과에서 받은 처치라서 수술이 아니다”가 아니라, 순전히 “이 처치의 성격이 절단·절제에 해당하는가”였습니다. 그런데 치수절제술은 치아 내부의 신경조직(치수)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소독·충전하는 치료로, 일반적인 수술에서 나타나는 출혈이 없고 별도의 회복 시간도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법원은 오히려 이 치료가 약관이 수술의 범위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는 ‘천자’ 또는 ‘신경 차단’에 더 가깝다고 봤습니다. 소송 중 진행된 관련 학회 사실조회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둘째, 의학계의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의 치의학 자료와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자문의 모두 치수절제술을 수술이 아닌 시술로 분류하고 있었고, 국가건강정보포털 역시 신경치료(근관치료)를 “병든 치수를 제거하고 신경관을 소독한 뒤 인공 물질로 채워 넣는 시술”이라고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셋째, 원고는 이 치료가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이자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최신 수술기법’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하지만 치수절제술은 2007년경부터 이미 요양급여 항목으로 지정돼 있던, 오래전부터 쓰여온 치료법이라 ‘최신’ 기법으로 볼 근거가 없었습니다.

넷째, 작성자불이익원칙(약관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때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의 적용 여부입니다. 법원은 이 원칙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약관은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봤습니다. 신경치료를 받는 것을 두고 일반적인 경험칙상 ‘수술을 받았다’고 여기기는 어렵다는 점, 그리고 원고가 실제로 지출한 치료비가 청구한 보험금(200만~500만 원)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까지 함께 고려해, 이 정도로는 약관 해석이 위법하거나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실무자의 시각에서 — ‘절제’라는 단어보다 중요한 것

실무적으로 보면, 신경치료(근관치료)는 성인 대부분이 살면서 한 번쯤은 받는 매우 흔한 치료입니다. 그만큼 ‘치수절제술’이라는 진단서상 명칭만 보고 수술비 특약을 청구했다가 이번 사건과 같은 이유로 거절당하는 사례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관상 수술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은 절단·절제라는 ‘단어’가 아니라, 출혈을 동반하는 조직 손상과 회복 기간을 필요로 하는 ‘침습의 정도’라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네 번째 근거로 든 부분, 즉 “실제 치료비가 청구한 보험금보다 훨씬 적다”는 사정을 약관 해석의 합리성 판단 요소로 함께 든 대목은 조금 더 생각해볼 지점입니다. 수술비 특약은 애초에 실제 치료비와 무관하게 정액으로 설계된 상품이 많고, 이번 판결처럼 두 금액을 비교해 ‘과도하다’는 인상을 판단 근거에 포함시키면, 정액형 보험금 구조 자체의 취지와는 다소 어긋나는 논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어디까지나 여러 근거 중 하나로만 참고적으로 쓰였을 뿐, 결론을 좌우한 핵심 근거는 첫 번째(수술의 행태적 정의)와 두 번째(의학계의 일반적 분류)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판례는 앞서 다룬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 칼럼이나 창상봉합술·변연절제술을 다룬 판례와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결국 보험사가 수술 여부를 다투는 사건들은 대부분 “절단·절제”라는 약관 문구를 얼마나 좁게 또는 넓게 볼 것인지의 문제로 수렴하며, 이 사건은 그 경계에서 ‘천자·신경차단’이라는 예외 조항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확인/체크리스트

  1. 치과에서 ‘신경치료’, ‘근관치료’, ‘치수절제술’이라는 진단명을 받았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약관상 수술이 아니라 시술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둡니다.
  2.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치수절제술’ 자체에 대한 판단입니다. 같은 근관치료 과정이라도 잇몸을 크게 절개하는 치근단절제술처럼 더 침습적인 처치가 동반됐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로 받은 처치 내용을 진료기록으로 정확히 확인합니다.
  3. 여러 보험사에 동일한 치료로 중복 청구할 계획이라면, 청구 전에 약관상 수술의 정의 조항과 제외 항목(천자·흡인·신경차단 등)을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헛걸음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4. 골절진단비처럼 ‘수술 여부’와 무관하게 진단 자체를 담보하는 특약이 별도로 있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골절진단비 부분은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이 인정됐습니다.

이 글은 수술의 정의 · 천자 · 치수절제술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칼럼은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이 글을 쓴 사람
굿보상닷컴
손해사정법인을 거쳐 현재 법률사무소 소속 · 보험 실무 17년

네이버 지식iN에서 ‘굿보상닷컴’으로 보험 상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험금 지급거절과 분쟁 사건을 실제 사례와 판례로 해설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청구 현장에서 쌓은 판단 기준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