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친구 오토바이를 잠깐 빌리거나 관광지에서 렌트해 타다 사고가 난 경우, 실제로 상해보험금을 받은 판례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같은 “일회성이었다”는 주장을 했는데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판결도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이 사례를 통해, “이번 한 번뿐이었다”는 말이 언제는 통하고 언제는 통하지 않는지 그 경계를 짚어보겠습니다.
‘딱 한 번뿐이었다’는 주장, 법원은 서류부터 확인한다
부산지방법원 2019년 판결(2017가단322646)은 음식점에서 배달 업무를 하던 사람이 오토바이를 몰다 미끄러져 넘어져 경추 척수손상으로 사지마비, 영구장해 95%라는 중한 상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이 사람은 같은 보험사와 상해보험계약을 5건 체결한 상태였는데, 보험사는 이륜자동차 관련 특약과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모두 거절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 측은 “사고 당일은 평소 주방 업무만 하다가 딱 한 번 배달을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주장을 그대로 믿지 않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제출된 요양급여 신청서, 보험금 청구 서류, 보험사에 제출한 확인서 등 여러 서류에 이 사람의 업무가 “배달업” 또는 “배달업무”로 반복해서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주방 업무를 전담시키면서 배달까지 사업주가 모두 도맡는다는 게 통상적이지 않다고 보고, 사고 당일만 예외적으로 배달을 나갔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실무적으로 볼 때, “이번엔 한 번뿐이었다”는 주장은 진술만으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법원은 결국 산재 신청서, 인사 관련 서류, 보험금 청구서처럼 사고와 무관하게 이미 작성돼 있던 객관적 자료를 더 신뢰합니다. 사고 이후에 만들어 낸 진술서 한 장보다, 사고 전부터 존재했던 서류들이 실제 사용 패턴을 보여준다고 보는 겁니다.
이미 붙어 있는 부담보특약은, 그날 하루의 사정과 무관하게 적용된다
이 판결에는 더 중요한 법리적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가입한 계약 중 하나에는 “이륜자동차 운전 및 탑승 중 상해 부담보 특별약관”이 이미 붙어 있었습니다. 이 특약의 문구를 보면,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등으로 주기적으로 운전하는 경우에 한하며 일회적인 사용은 제외”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지난 편에서 소개한 “일회성 사용은 보호받는다”는 논리를 그대로 대입하면, 사고 당일 배달을 딱 한 번 나간 것이라면 이 특약이 적용되지 않아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법원의 해석은 달랐습니다. “일회적인 사용은 제외”라는 문구는 이 특약이 계약에 처음 붙는지 여부, 즉 가입 시점에 이 사람이 오토바이를 상시로 타는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조건일 뿐이고, 일단 이 조건을 충족해 특약이 정상적으로 계약에 부가된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봤습니다. 실제 보험금 지급 여부를 정하는 별도 조항에는 “일회적 사용 제외”라는 예외가 다시 언급되어 있지 않았고, 법원은 이 조항의 문언 그대로 “이륜자동차를 운전(탑승 포함)하던 중 발생한 상해사고”라면 그날의 사정과 무관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가입 당시 이미 오토바이를 상시로 타는 사람으로 확인되어 특약이 붙어버린 사람이라면, 이후 특정 사고가 마침 일회성 상황에서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특약의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이 지난 편 사례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지난 편의 렌트 오토바이 사고 판결에서는 애초에 이런 부담보특약 자체가 계약에 붙어 있지 않았고, 다투어진 것은 계약 체결 이후의 통지의무였습니다. 반면 이 사건은 가입 시점부터 특약이 이미 계약의 일부였다는 점에서 출발선이 다릅니다.
직업·직무상 상시로 타는 사람은 설명의무의 보호도 덜 받는다
이 사람이 가입한 나머지 4건의 계약에는 부담보특약이 없었지만, “이륜자동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는 통지의무 조항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람이 실제로 계약 체결 이후 배달 업무로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이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이상 통지의무 위반이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여기서 사고를 당한 사람 측은 지난 편 사례와 마찬가지로 “보험사가 이 통지의무의 내용과 위반 시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다퉜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지난 편 사례와 반대였습니다. 법원은 이 사람이 이미 다른 계약(부담보특약이 붙은 계약) 체결 당시 오토바이 소유 사실을 고지한 적이 있고, 보험설계사로부터 “오토바이의 경우 보상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은 사실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즉 오토바이 운전이 보험 인수·보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이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람이므로, 통지의무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험사가 별도로 설명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1심과 2심(항소심)은 이런 논리로 5건의 계약 모두에서 보험사의 해지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2021년 8월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면서, 부담보특약이 이미 붙어 있던 1건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지만, 통지의무 조항만 있던 나머지 4건에 대해서는 “가입자가 과거에 부담보특약에 가입한 경험이 있다거나 청약서 질문에 답했다는 사정만으로 통지의무 조항의 의미까지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파기환송). 즉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부담보특약이 붙어 있던 1건뿐이고, 나머지 4건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다시 하급심에서 심리를 거치게 되었습니다. 이 대법원 판단(2020다291449)은 별도의 판례 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
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결국 핵심은 “일회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실제 오토바이 사용 패턴과 가입 당시 계약 조건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가입 당시 오토바이를 소유하지 않았거나 상시로 타지 않아서 애초에 부담보특약이 붙지 않은 사람이, 어쩌다 한 번 친구 오토바이를 빌리거나 여행지에서 렌트해 타다 사고가 났다면, 지난 편에서 살펴본 대로 보험금을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반면 이미 부담보특약이 계약에 붙어 있는 사람이라면, 그날의 사정이 일회성이었는지와 무관하게 특약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통지의무 조항만 있는 계약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오토바이 운전이 위험하다는 일반적 인식이나 직업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보험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후 대법원 판단(같은 사건의 상고심)에서 더 분명해졌습니다.
확인/체크리스트 (실용적 행동 지침)
- 가입 당시 청약서에 오토바이 소유·사용 여부를 어떻게 표시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소유·관리함”에 체크했다면 부담보특약이 이미 붙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부담보특약이 이미 붙어 있는 계약이라면, 사고 당일의 사용 형태가 일회성이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면책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둡니다.
- 직업·직무상 상시로 오토바이를 타는 경우라면, 계약 체결 후 지체 없이 보험사에 통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통지 없이 사고가 나면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 보험금 청구·산재 신청 등에서 본인의 업무 형태를 기재할 때는 사실과 다르게 축소해서 적지 않도록 유의합니다. 이런 서류들은 이후 분쟁에서 실제 사용 패턴을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 보험사가 설명의무 위반을 다투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이미 오토바이 위험에 대해 안내받은 적이 있는 경우 등)라면, 통지의무 위반 자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지 전문가와 함께 계약 내용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이륜자동차부담보특약 · 고지의무 · 통지의무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판례는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이 필요하시면 상단 메뉴의 ‘상담하기’를 이용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