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본인 차로 배달 부업을 하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부업 관련 채용공고는 최근 몇 년 사이 3배 넘게 늘었고, 청년 고용이 위축되면서 본업 외 수입을 찾는 흐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배달만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승용차로 반찬이나 한약을 배달하거나, 퇴근 후 짬을 내 음식 배달 앱으로 부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상당히 흔해졌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가볍게 시작한 부업”이 자동차보험의 가장 무거운 면책 조항 중 하나와 정확히 부딪힌다는 점입니다.
사례 하나 — 일주일에 3일, 기름값 받고 한 배달도 “영업”입니다
해외여행 비용을 마련하려고 퇴근 후 본인 차로 배달 부업을 하다가 사고를 낸 분이 있었습니다.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Ⅱ와 대물배상으로 상대방 치료비와 차량 수리비를 보상받으려 했지만,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 가입자는 “일주일에 며칠, 지인 부탁으로 기름값 정도만 받고 배달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판단은 명확했습니다. 1년여의 기간 동안 일주일에 정기적으로 3일씩, 일정한 대가를 받고 자동차를 사용했다면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피보험자동차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는 자동차보험 대인배상Ⅱ·대물배상의 명백한 면책 사유입니다.
사례 둘 — “승용차로 등록했으니 괜찮겠지”는 통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더 뼈아픕니다. 회사 퇴근 후 본인 소유 승용차로 배달 부업을 하다 사고를 낸 가입자가,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청구했습니다. 보험사는 “영업 목적 운전 중 사고”라며 거절했고, 가입자는 “승용차로 등록된 자동차인데 왜 영업용 취급을 하느냐”고 반발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기준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영업 목적 운전인지는 자동차등록증상의 용도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행위 자체의 목적과 이전 운전행위와의 영속성, 지속·반복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매월 보수를 받으며 배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면, 차량이 “승용”으로 등록돼 있든 아니든 상관없이 영업 목적 운전으로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이 두 사례가 지금 특히 위험한 이유
실무적으로 이 지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작 지금 부업 배달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가장 이 위험을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입니다. 부업을 찾는 이유 자체가 대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특약을 추가로 들어야 하나”까지 고려할 여유는 현실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위험을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이 조항이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건 “내가 보상을 못 받는다”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대인배상Ⅱ·대물배상이 면책되면, 상대방에게 발생한 치료비와 수리비를 가입자 본인이 직접 배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부수입을 좀 벌어보려다가, 사고 한 번으로 오히려 훨씬 큰 빚을 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배달대행업체가 기사를 모집할 때 유상운송보험 가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는 법률이 통과되어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도, 이 사각지대가 그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다만 이 제도는 조직화된 배달대행업체 소속 기사를 주로 겨냥한 것이라, 개인이 앱을 통해 간헐적으로 하는 부업이나 지인 부탁으로 하는 배달까지 촘촘히 보호해주지는 못합니다.
자차로 배달·운송 부업을 하고 계시거나 고려 중이라면
- “가끔, 조금씩”이라는 생각을 버리세요. 일주일에 3일, 기름값 수준의 대가만 받아도 “반복적·영리 목적”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빈도와 기간이 쌓이면 판단 기준을 충족합니다.
- 차량 등록 용도(승용/영업용)는 판단 기준이 아닙니다. 승용차로 등록돼 있어도, 실제 운전 행위의 목적과 반복성이 기준이 됩니다.
- 유상운송 위험담보 특약 가입을 검토하세요. 정기적으로 대가를 받고 운전할 계획이라면, 이 특약 없이는 사고 시 상대방 배상책임까지 본인이 떠안을 수 있습니다.
- 플랫폼(배달앱 등)이 제공하는 보험의 보장 범위를 직접 확인하세요. 플랫폼 자체 보험이 있더라도, 대인·대물 배상까지 충분히 보장하는지는 약관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 일회성 호의와 반복적 유상 운송을 구분하세요. 진짜 어쩌다 한 번, 대가 없이 지인을 도운 것과, 정기적으로 대가를 받는 것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르게 취급됩니다.
이 글은 유상운송 · 영업목적운전 · 면책사유 태그와 이어집니다. 관련 실제 사례와 판례는 콘텐츠가 쌓이는 대로 함께 연결해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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